현대상사 M&A '예정된 실패'

더벨 김민열 기자 | 2009.05.18 10:00

현대家 한계 '전략부재'...연내 매각될지 의문

이 기사는 05월15일(14:1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예견된 실패였다.

지난1월 시작된 현대종합상사 인수합병(M&A)이 유찰로 일단락됐다. 외형상 이유는 가격차였다. 매각자인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원하는 가격에 현대중공업은 부응하지 않았다. 본 입찰 당일까지 현격한 가격차가 난 것은 그만큼 셀러와 바이어간 사전 교감이 미흡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동안 매각 과정을 보면 현대상사 M&A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딜이었다. 매각성공을 위해 유효한 전략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선 매각 타이밍에서 매각자인 외환은행은 실기를 했다. 지난해 현대상사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70.1%와 144.4% 늘어난 2조8372억원과 517억원. 2003년 채권금융기관에 의한 공동관리 개시이후 실적개선 조짐이 보이자마자 서둘러 M&A에 나선 것. 론스타가 대주주로 있는 외환은행의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경기상황과 무관하게 매각을 강행해 화를 자초했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실수를 회복할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회사 주인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안이한 사고방식은 딜을 파행으로 치닫게 했다. 현대가(家)에서 사줄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감은 채권단 끼리 자문사(우리투자증권, 산업은행, NH증권)를 나눠먹는 행태로 이어졌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후보는 모두 현대와 관련이 있는 현대중공업, BNG스틸, 큐캐피탈 3곳에 불과했다. 3곳이나 되는 자문사들이 경쟁구도 형성을 위한 치열한 마케팅을 벌이지 않아 투자자 모집에 실패한 것.

현대상사의 투자자산 손실에 대한 대응도 서툴기 그지없었다. 현대상사가 세운 칭다오 조선소가 수주한 선박(30척)에 대한 추정 손실조차 파악하기 힘들었다. 인수 후보들의 잇딴 불만 제기로 당초 일정이 일주일 연기됐지만 이후 본 입찰은 강행됐다. 그 결과 후보 3곳 가운데 BNG스틸과 큐캐피탈 등 2곳은 본 입찰 당일 입찰 참여를 포기했으며 유일한 후보였던 현대중공업은 채권단이 원하는 가격을 한참 밑돌았다.


이번 매각 실패에 대해 정작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다. 매각이 진행 중이던 지난 3월중 우리은행은 현대상사 지분 112만7907주를 장내 매도했으며 외환은행도 같은 기간 다섯 차례에 걸쳐 32만6180주를 처분했다. 처분가액은 각각 205억원, 61억원에 달한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만 놓고 보면 현대상사 M&A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을 무렵 보유주식 매각으로 짭짭한 돈벌이를 한 셈이다.

한발 더 나아가 채권단은 현 주관사를 그대로 둔 채 연내 재매각 추진을 시도할 예정이다. 외환은행은 “기업 가치를 높여 금년 중 재입찰 또는 수의 계약 등의 방법으로 매각을 재추진할 계획”이라며 “시간을 가지고 매각을 재추진할 경우 이번 입찰에서 보다 좋은 조건으로 매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환은행 대주주가 제 아무리 론스타라도 해도 수의 계약 형태로 현대가에게 현대상사를 주기는 힘들다. 공동 매각자인 산업은행,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형식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연내 매각 역시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칭다오 조선소가 저가에 수주한 배에 대한 잠재손실 실체가 파악되려면 최소한 2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예정된 절차대로 딜을 진행해도 무방하지만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매각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며 “인수 후보에 대한 새로운 경쟁구도를 만들지 못하는 한 재매각 역시 낙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대가에 대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현대상사 매각은 물론 앞으로 예정된 현대건설도 흥행을 담보하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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