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청약과 부동산 시장에는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빚는다. 당국은 유동성 공급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에도 그 폐해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 달 이후 15개 기업 공모에는 모두 11조1246억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렸다. 특히 13,14일 진행된 하이닉스 유상증자 청약에는 모집금액(7245억원)의 35배가 넘는 25조8307억원의 증거금이 들어왔다.
또한 이달 초 금호타이어에도 4조3304억원의 청약자금이 몰렸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그룹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지만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과 금호타이어의 풋옵션 제공 등으로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까지 BW를 발행한 기아차 코오롱 아시아나항공 등도 모두 2조2760억원의 개인자금을 끌어모았다.
비우량 등급의 회사채와 기업어음 발행이 늘어나는 것도 대거 풀린 유동성의 흔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BBB등급 이하 발행물량이 4000억원으로 2월(1000억원)과 3월(3000억원)에 이어 석달째 늘어났다.
◇'아랫목과 냉골' 양극화 뚜렷= 단기자금과 유동성 공급 확대로 지난해까지는 얼어붙어 있던 부동산 시장에도 서서히 온기가 퍼지고 있다.
실제 강남 재건축아파트 상승 외에도 알짜배기 투자처로 꼽혀온 인천 송도, 청라지구 등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 모델하우스에 연일 수만명의 인파가 몰리고, 청약에서는 최고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13일 청약접수를 마감한 송도 포스코 더샵 하버뷰Ⅱ아파트는 1순위에서 평균 59.9 대 1(최고 28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6일 청약을 마감한 청라지구 한화 꿈에그린은 1순위에서 최고 22.85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접수를 마쳤다.
하지만 지방 분양시장은 청약률 '제로(0)' 아파트가 속출하는 등 여전히 싸늘하다. 지방은 집값이 오르지 않고 준공 후 미분양도 남아 있는 상태여서 단기 유동성의 '세례'를 받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확실한 투자처를 정하지 못한 채 여전히 대기 중인 단기 자금도 크게 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일단 경기회복을 위한 유동성 공급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집값 급등, 투기자금화 등 단기자금의 폐해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유동성 과잉론을 먼저 제기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은 실물 부문에 자금 흐름이 원활해지도록 최선을 다할 때"라면서도 투기 조짐에 대한 우려와 집값 문제를 중점 거론하기도 했다.
또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유동성이 실물 부문에 가 경제회복에 기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유동성이 주식·부동산 등 투기적인 시장으로만 흘러가는 것에 대한 우려를 보였다.
한편 금융연구원의 장 민 연구위원은 "경기회복이 가시화하고 금융시장 안정이 정착될 때까지 유동성을 풍부한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