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뒷북 전망 KDI도 할 말은 있다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09.05.14 15:03
‘국가적 아젠다에 대한 선도적 연구기관’을 표방해 온 국책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뒷북 전망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선도는커녕 정부나 다른 연구기관들을 추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KDI가 13일 올해 경제 전망치를 새로 제시했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2기 경제팀 출범 직후 -2%대의 전망을 내 놓고 확장적 재정정책과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을 뒤좇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KDI의 올해 경제 전망치 -2.3%는 한국은행이 지난 4월 10일 내놓은 2.4%와 유사하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변경한 바로 다음날인 2월11일 전망치를 수정한 삼성경제연구소(-2.4%)와 현대경제연구원(-2.2%의 수치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전망치를 수정하던 당시에도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현실성 있게 조정하자 그에 맞춰 뒷북을 쳤다는 뒷말이 나왔던 것을 상기한다면 KDI의 전망치 변경은 3개월 뒤처진 뒷북일 수 있는 셈이다.

KDI는 지난해말 일부 민간 연구소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할 때 내부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전망치를 바꾸려 했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발표를 연기한 뒤 한달여가 지난 올 1월 전망치를 0.7%로 내렸었다.

'‘단기적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의 경기 부양 및 민생안정 효과를 극대화하는 노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거나 '자산시장에 거품이 형성될 위험에 유의해 유동성 공급 확대나 저금리 기조를 적기에 정상화해야 한다'는 권고는 이미 2기 경제팀이 정책에 반영했거나 고려하고 있는 내용이다.


환율의 경우 KDI가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평가한 환율이 최근의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점차 하락하는 추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지만 대부분의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올해 연 평균 환율이 1200원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에 비하면 구체성이 떨어진다.

모든 면에서 볼 때 새로울 것이 없는 전망치를 내놓은 것에 대해 KDI는 "매년 상반기(5월)과 하반기(10월)에 두 번 정기적으로 경제전망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번 전망치는 상반기 정기 경제전망일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KDI 관계자는 "올 1월에 경제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시의성 때문에 전망치를 수정한 것이 오히려 예외적인 것"이라며 "다른 기관에 비해 신뢰성 있는 수치를 제시하기 위해 20여명의 연구인력이 자체적인 모델을 통해 예측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KDI의 이 같은 전망치에 별 다른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재정부 관계자는 "예측모델이 아무리 정교해도 한계가 있고 KDI가 나름대로 '맛사지(조정)'를 하므로 KDI 전망치를 말 그대로 참고만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단지 국책연구기관이라고 해서 KDI의 전망치에 대해 높은 신뢰를 갖기는 어렵다"며 "KDI가 여러 연구기관의 하나이듯 여러 전망치 중의 하나로 받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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