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이 받는 사기전화..'생활밀착형' 진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09.05.14 14:53
↑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

# 주부 박 모씨는 최근에 시청 수도과 직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곧 단수가 될 예정이기 때문에 물을 받아놓으라는 내용이었다. 자세한 전화번호를 일러주며 정확한 시간 등을 알아보라는 말도 했다. 박 씨는 일러준 곳으로 전화를 했더니 개인정보를 물으며 돈을 빼가려고 했다.

# 얼마전 해외에 다녀온 직장인 정 모씨는 보건복지가족부 직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최근 멕시코 등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신종플루와 관련해 항바이러스제제(타미플루) 구입 및 예방접종을 해야한다는 메시지였다. 정 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상대편에서 알려준 곳으로 전화를 했다가 자신의 금융정보 등을 묻는 것을 알아채고 전화를 끊었다.

# 대학생 이 모군은 최근 소포가 반송됐다는 우체국 자동응답시스템(ARS) 전화를 받았다. "수취인 부재로 우편물 반송 예정입니다. △△우체국 집배원 ㅇㅇㅇ이다"는 소리가 들렸다. 박 씨는 집배원 실명이 나오는 것을 듣고 정말 우체국에서 걸려온 전화로 알았다. 하지만 이후 걸려온 한통의 전화에선 자신이 그 집배원이라며 박 씨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물었다. 박 씨는 별 의심 없이 묻는 대로 답했다.


신종 보이스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이스 피싱은 주로 공공기관을 활용해 사람들을 일단 안심시키고 개인정보나 금융정보를 빼가는 수법이다. 검찰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국세청, 카드회사, 은행 등 온갖 공인된 기관을 사칭하더니, 이제는 보다 '생활밀착형'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수법도 발신번호를 우체국으로 조작하거나 유창한 한국말에 우체국 집배원 실명까지 대는 등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특히 불황과 경제위기라는 사회분위기를 이용해 정부 보조금을 지급해주겠다며 접근하는 방식 등 시대 상황을 이용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서민들에게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대책을 시행 중이니 혜택을 받으려면 개인정보를 알려 달라는 식이다.


전화사기 수법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먼저 인터넷을 통해 개인정보를 입수한 뒤 자녀 이름을 대고 우는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납치를 했으니 돈을 송금하라고 요구하는 수법이 있다. 또 공공기관을 사칭해 다양한 방법으로 속인 뒤 카드와 휴대전화를 갖고 현금인출기로 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기 전화를 한 번도 안받아본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성행하다보니, 수법도 계속 바뀐다. 더욱 그럴듯 해지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가깝게 여겨지는 우체국이나 수도과라고 하니 무심코 당할 확률은 더 높아졌다.

14일 우정사업본부에 확인 결과 지난해 접수된 보이스 피싱 신고 건수는 26만6000건으로 하루 평균 740명이 사기 전화를 받았다. 금전적 피해액은 200억원을 넘었다.
↑ 지난 13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전화사기 예방 캠페인ⓒ송희진

우정사업본부가 밝힌 신종 전화사기 수법은 △고객 이름으로 발급된 카드가 명의 도용됐다며 경찰에 신고해주겠다고 한 뒤 경찰 사칭 전화로 안전한 계좌로 이체 요구 △우체국 직원의 이름을 밝힌 뒤 신용카드가 발급됐지만 반송됐다며 개인정보 요구 △우체국에서 발급된 카드가 연체됐다며 개인정보 요구 △국제 우편물, 법원 우편물을 받을 게 있다며 본인 확인을 위한 개인정보 요구 등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요즘엔 우체국 직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진짜처럼 사람들을 속이는 전화사기가 많다"며 "이처럼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보이스 피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화 받는 사람들의 주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화상으로 금전관계를 요구하는 등의 전화는 일단 사기전화로 보고 의심을 해 보는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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