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대법관 "심려 끼쳐 송구" 사과문 (상보)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 2009.05.13 17:32

내부 전산망에 사과문 올려‥중앙지법 내일 단독판사회의 개최

촛불재판 개입 사건과 관련해 13일 이용훈 대법원장으로부터 '엄중경고'를 받은 신영철 대법관이 법원 내부 전산망에 사과문을 올렸다.

신 대법관은 이날 오후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의)경고 조치를 겸허히 수용하고 저의 문제로 불편과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진작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었지만 자칫 그것이 조사나 심의, 대법원장의 결단에 부담이 될까봐 여태껏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며 "부디 너그러이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신 대법관은 재판개입과 관련해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춰 나름대로 최선의 사법행정을 한다는 생각에서, 또 법관들도 이해해주리란 믿음에서 재판에 관한 의견을 피력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 대법관은 "그러나 나의 행위가 재판권 침해로 평가되고 경고까지 받게 된 이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더 세심하게 배려하고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도를 넘어서 법관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손상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후회와 자책을 금할 수 없다"고 사죄의 뜻을 전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사법부 내부에서 재판에 대한 간섭이 이뤄지고 있다는 오해의 빌미를 제공하고 모든 법관들의 자긍심에 손상을 줌으로써 제가 평생 몸담아 온 사랑하는 법원에 크게 누를 끼치고 말았다는 생각에 내내 괴로웠다"고 심경을 밝혔다.


신 대법관은 "이번 사태를 통해 얻은 굴레와 낙인은 남은 일생 동안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는 짐"이라며 "아무쪼록 제 부덕과 어리석음으로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드린 상처가 하루빨리 치유됐으면 한다"고 글을 맺었다.

앞서 12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관련해 대법관 회의를 가진 이용훈 대법원장은 윤리위 권고를 수용해 이날 오전 신 대법관에게 엄중 경고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 대법원장은 "신 대법관에게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재판의 내용이나 진행에 관여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엄중히 경고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법관의 재판상 독립이 보장되도록 법관들과 함께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신 대법관 사태를 조사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는 지난 8일 신 대법관이 재판에 관여한 것으로 결론내리고 신 대법관에 대해 주의 촉구 또는 경고 조치를 내려줄 것을 이 대법원장에 권고한 바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은 신 대법관 사태와 관련, 신 대법관 거취 문제와 재판권 독립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14일 오후 6시30분부터 중앙지법 대회의실에서 단독판사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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