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따라 녹색이 흐른다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 2009.05.14 09:04

녹색혁명, 서울이 바뀐다<중>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서울 강동구에 사는 유진희(가명·40)씨는 요즘 집 근처 한강공원을 자주 찾는다. 지난 주말엔 초등학생 아들과 강가에 앉아 책을 읽으며 3시간 정도 강바람을 쐤다.

유씨가 한강공원을 좋아하게 된 건 지난해말 암사생태공원 호안공사가 끝나면서부터. 콘크리트 호안이 사라지고 흙과 크고 작은 돌, 물속 식물 등이 어우러진 강변을 보고 있노라면 도시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풀린다.

가팔랐던 콘크리트 블록 경사는 완만한 녹색 화초 블록으로 바뀌어 어린 아들이 접근하기도 쉽다. 해가 쨍쨍 비춰도 강바람이 시원해 덥지도 않다. 갈대 보리 강아지풀 물억새 명아주 등이 심어진 둔치 곳곳은 살아있는 체험 학습장이다.

↑암사생태공원 조성전·후 ⓒ서울시
한강이 달라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직후부터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성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답답한 콘크리트 호안은 녹색 자연형 호안으로, 황량했던 시민공원은 생태녹지와 레저·문화시설을 갖춘 시민들의 쉼터로 바뀌었다.

한강에서 먹을 물을 얻고, 홍수를 막는 '치수'에서 벗어나 한강의 고유 매력을 복원, 시민들에게 쾌적한 도시를 돌려주자는 한강르네상스의 취지가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인공호안 녹화 등 생태공간 조성은 워터프론트 타운 개발, 서해 뱃길 공사의 밑작업이기도 하다.

◇삭막한 콘크리트 벗은 녹색 생태공원=한강의 가장 큰 변화는 시민들의 진정한 쉼터로 거듭난 것이다. 최근엔 한강변 녹지를 따라 풀냄새를 맡으며 산책하고, 한강물에 직접 손.발을 담그는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 한강하면 떠올랐던 여름 장마철 상습적 범람, 삭막한 콘크리트, 어둡고 황량한 공원 등은 이제 옛 추억으로 묻어도 될 정도다.

이는 한강 생태공간화 작업의 결과다. 콘크리트 인공호안에 녹화작업을 비롯해 암사생태공원, 강서습지생태공원, 여의도샛강 생태공원 등 12개 생태공원 복원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자연형 침수공간 조성, 지천 합류부 생태개선사업도 진행중이다. 시는 이들 작업에 총 941억원을 투입했다.

↑ 한강철교남단 녹화사업 전(왼쪽)·후(오른쪽) ⓒ서울시
인공호안 녹화작업은 강동구 강일동에서 강서구 개화동까지 10만8360㎡(연장 10.9㎞) 면적에 걸쳐 진행됐다. 이 중 한강철교 남단, 동호대교 북단, 뚝섬지구, 성수대교 남단, 가양대교 남단, 망원지구 등 홍수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높은 호안 6곳에서 1단계 사업이 진행, 지난해 11월 공사가 마무리됐다. 장마철에 침수되거나 건조기에 말라버릴 우려가 있는 이른바 '중수호안' 5곳에서 2단계 작업도 이뤄졌다.

새롭게 조성한 생태공원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장한 강서구 암사동 한강둔치 생태공원이 대표적이다. 암사동 생태공원은 16만2000㎡ 규모로 인위적으로 조성되는 시설물을 최소화했다. 공사중 뽑힌 갈대와 물억새를 다시 심을 정도로 자연스런 경관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한강변 풀과 나무들의 씨앗을 뿌려 식생을 도왔다. 생태공원 이용객들이 날아가는 새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관찰데크를 강물과 나란히 배치했다.


강서 습지생태공원도 지난해말 공사가 끝났다. 34만㎡ 규모 기존 생태공원이 37만㎡로 확장됐다. 수로가 자연형으로 정비되면서 한강물 유·출입이 원활해졌다. 새로 조성된 2만㎡ 규모 테마별 습지생태공원에는 연꽃·부들·물옥잠 군락도 조성됐다. 시는 시민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행주대교쪽 산책로 1820m도 연장했다. 조류관찰대에서는 한강을 찾은 겨울철새도 볼 수 있다.

올 연말이면 바짝 말랐던 여의도 샛강도 달라진다. 시는 4.6㎞ 여의도 샛강에 있는 콘크리트 박스를 철거하고 아치교량을 신설해 한강 흐름을 도울 예정이다. 시민들이 물길 옆을 편히 걸을 수 있도록 나무 데크를 조성하고 있다. 기존 콘크리트 포장 주차장 면적을 20%로 축소하고 환경친화적인 잔디블록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 강서생태습지공원 전경 ⓒ서울시
◇치수에서 이수로…제2의 기적 이루는 한강=지난 30여년간 한강 개발은 '치수'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80년대 이후엔 홍수때마다 쓸려가는 흙을 대신해 콘크리트로 강변을 뒤덮는게 주된 작업이었다. 한강의 자연 생태계보다는 장마철 홍수로 집과 도로가 잠기는 것을 막는 게 우선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서울의 젖줄은 칙칙하고 삭막한 모습으로 변했다. 1000만명이 사는 대도시 서울은 볼품 없고 대기오염 심각한 도시라는 오명도 따랐다. 외국인들이 서울 한강을 보고 3번 놀란다는 말도 생겨났다. 도시 한가운데 크고 넓은 강이 흐르는데 놀라고, 훌륭한 강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또 놀라고, 마지막으로 비싼 한강변 아파트값에 놀란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인공호안 녹화작업을 필두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에 팔을 걷어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도시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한강의 특성을 살리고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면 매력적인 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밑거름이 됐다.

치수에만 치중했던 한강 개발사업은 이제 콘크리트 인공호안을 걷어내고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는 업그레이드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한강변 8곳에 워터프론트 타운이 조성되고 중국까지 이어지는 서해 뱃길도 열릴 전망이다.

서울시는 한강변 아파트 주민들만 조망권을 독점하면서 생겨난 한강의 사유화 문제도 서서히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모든 시민들이 한강을 보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도록 재건축아파트 부지 기부채납 등 제도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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