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2곳 보금자리주택 '시큰둥'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09.05.12 15:16

[르포]강남세곡·서초우면 시범지구 예정지 가보니

"이렇게 갑자기 발표가 날 줄은 몰랐네요. 그런데 과연 시장에 영향이 있을까요?" (서울 서초구 우면동 W공인중개)

↑현재 비닐하우스가 들어선 우면동 보금자리 주택 부지
정부가 지난 11일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우면동 등을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로 선정하고 그린벨트해제 작업에 본격 돌입키로 했지만, 현지 분위기는 잠잠하다.

특히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강남권 두개 지역 약130만㎡에 총1만1000가구(보금자리 8000가구)가 지어질 예정이지만 일대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시큰둥했다. 이미 대상지의 85% 이상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데다 중소형 임대 위주의 보금자리 주택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

11일 오후 우면동의 한 아파트 상가. 이 곳 1층에는 공인중개 업소가 빼곡히 들어찼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인적은 드물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이번 정부 발표가 갑작스럽긴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면 보금자리주택 부지는 우면동과 경기 과천 주암동 사이에 걸쳐 있으며 36만3000㎡ 규모다.이 부지는 SH공사가 임대단지로 개발하고 있는 '우면2지구'에 이어 '우면3지구'로 불린다. 현재 이 그린벨트 부지는 대부분 비닐하우스들로 가득 찼다.

W공인 대표는 "현재 우면3지구 그린벨트 땅값은 도로 근접성에 따라 3.3㎡당 250만~350만원 사이에 시세가 형성돼있다"며 "이마저도 그동안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인해 거래가 드물다"고 말했다.

H공인 대표는 "땅주인들은 보상가가 어느 정도 될지 지켜보기 위해 매물을 거둬들일 것이고 수요자들은 수용가 보다 더 싸게 사려고 할 테니 거래가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땅 주인 70%가 외지인들"이라며 "대부분 자금여력이 풍부한 이들이라 급하게 싼 가격에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면동의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또 다시 대량의 임대 단지가 지어지는 것 아니냐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 주민은 "우면동처럼 쾌적하고 입지가 좋은 곳에 왜 자꾸 임대 주택만 들어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곡동도 마찬가지로 잠잠한 분위기다. 세곡사거리 인근에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는 공인중개 사무실에는 방문객을 찾아보기 힘들다. 세곡동 보금자리주택은 서울 강남구 자곡동·세곡동·율현동 일대 94만㎡ 규모에 건설된다. 인근 대왕초등학교 뒤쪽에서는 SH공사의 세곡1지구 임대단지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L공인 관계자는 "도로와 인접한 땅은 3.3㎡ 당 300만~400만원, 나머지 땅은 200만~300만원에 거래가 드문드문 이뤄지고 있다"며 "세곡1지구 보상 당시 수용가 수준에서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세곡동 그린벨트 개발 소문은 오래전부터 돌아서 이미 가격에 선반영 돼 있다"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과열이 일어날 우려는 적다"고 말했다.

↑SH공사 세곡1지구 공사 현장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강남권 두 개 시범지구는 입지가 뛰어나지만 공급 사이즈가 작을 뿐더러 민간 분양 위주가 아닌 임대 위주의 공급이라 시장이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선정된 4개 지구 중 가장 규모가 큰 하남 미사지구의 경우 인근의 주택·상가·토지 가격이 들썩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지구는 하남시 망월·풍산동 일대 546만6000㎡로, 4만 가구(보금자리주택 3만 가구)가 대거 유입될 예정이다. '미니 신도시'인 셈이다.

하남시 풍납동 P공인 관계자는 "아직 경기 침체로 인해 문의가 크게 늘지는 않았다"면서도 "일단 인구 유입이 많이 되는 만큼 경기 회복 시점과 맞물려 거래가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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