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없는 자본주의 시대는 끝났다"

머니투데이 백경훈 기자 | 2009.05.12 17:17

FT, 세계적 인사 4명 초청 좌담회

금융 위기를 자초한 현 자본주의의 문제와 미래를 진단하기 위해 파이낸셜타임스(FT)가 주최한 토론에 참여한 경제 전문가들은 현 시스템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위기의 주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실패한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의 형태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을 달리했다.

토론회는 크리샤 프리랜드 FT 미국편집장의 진행으로 래리 핑크 블랙록자산운용 회장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인 에드먼드 펠프스와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마틴 울프 FT 수석 경제평론가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12일 FT 매거진이 게재한 자본주의의 미래 토론회를 요약 정리했다.

- 위기의 원인을 꼽는다면

▶ 스티글리츠 : 수많은 것들이 상호작용을 했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한 금융기관들과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방치한 감독당국이라고 생각한다.




▶ 핑크 : 이 사회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자신의 소득이 영원히 늘어날 것이라고 믿었던 주택소유자들, 치명적인 레버리지의 본성을 놓쳐 버린 규제당국자들, 넘치는 대출로 자격 없는 이들에게 주택을 소유하게 한 의회 의원들이 모두 포함된다.


▶ 울프 : 규제를 못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금융산업은 매우 강력한 로비집단이다. 이로 인해 그들이 원하지만 얻지 말아야 할 것을 얻고 말았다. 다음으로 금융시장이 자기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순진한 믿음이 규제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했다.


▶ 펠프스 : 10년 전부터 유동성이 많이 늘어난 것, 특히 중국과 독일, 그리고 산유국에서 불균형적으로 돈이 많이 늘어난 게 위기의 원인이라는 생각이다. 게다가 이자율을 낮게 유지한 상황에서 오를 수 있는 자산은 무엇일까? 바로 최장기 자산인 주택이다.

- 그렇다면 앞으로 금융 규제는 어떠해야 하나


▶ 스티글리츠 : 우선 핵심 금융기관의 레버리지를 제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상업은행 예금이 무분별한 투자에 쓰이지 못하도록 제한한 '글래스 스티걸법(Glass-Steagall)'을 재도입해야 한다. 둘째 시스템적인 규제를 해야한다. 끝으로 특정 금융상품이 인간이 소비하는 데 안전한지를 결정해서 유통 여부를 정해야 한다.

▶ 핑크 : 포괄적인 글로벌 규제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국의 사정이 다 다르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레짐이 필요하다고 본다. 주식이나 헤지펀드 등 모든 플랫폼을 아우르는 일관된 글로벌 규제가 있다면 우리는 보다 생산적인 금융제도를 가질 수 있다.

▶ 펠프스 : 규제의 판을 새로 짤 때 항상 좋은 금융이란 무엇인가를 염두에 둬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금융이란 산업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고, 이노베이션을 위해 보다 광범위한 지원을 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 울프 : 글로벌 금융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핑크와 의견을 같이 한다. 글로벌 금융규제가 잘 정착되면 아주 적은 규제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은 완전 실패한 것인가

▶ 스티글리츠 : 규제 없는 자본주의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견해가 달라졌다. 내가 듣기로는 유럽식 사회적 자본주의 모델에 사람들이 더 많은 신뢰를 주고 있다고 한다.

▶ 핑크 : 최근 몇 주 동안 포퓰리즘이 성행하고 있는 듯하다.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에 대해 적대감을 갖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 펠프스 : 미국이 유럽식 모델을 닮아갈 것이라는 스티글리츠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유럽 모델은 완전히 실패했다. 고용률도 높지 않고 많은 사회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 울프 : 유럽식 모델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은 약간 과장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경제적 대위기가 미국식 자본주의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경제 위기를 겪고 나면 각국들이 보호주의를 선택하기 때문에 아마도 각국들이 '세계 경제'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튼 그들은 자본시장이 경제와 상호작용했던 방식이 좋은 것이었다고 결코 확신하지 않는다. 이 이슈에 대해선 전 세계적으로 많은 논쟁이 있을 걸로 예상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많은 사람들이 지금 현재 상태를 실패한 모델로 보고 거기서 빠져 나오려고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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