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KKR에 돈 빌려주기 어려워"

더벨 현상경 기자 | 2009.05.12 08:37

[KKR 한국진출]③순수한 해외자본간 거래...'국민정서'도 부담

이 기사는 05월11일(11: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OB맥주의 새 주인이 될 KKR은 국내 은행들로부터 자금을 빌려 인수대금 조달을 추진할 전망이다. 하지만 시중은행 상당수는 '국민정서' 등을 이유로 KKR에 자금을 내주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KKR은 OB맥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이전부터 국내 은행들을 방문해 '협조'를 구한 바 있다. 구체적인 차입금 규모나 금리조건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사모펀드인 KKR의 명성과 OB맥주의 기업가치를 판단해 신디론에 참여해 달라"는 내용이 전달됐다.

이와 관련, KKR의 조셉 배 아시아 대표는 최근 OB맥주 인수와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도 "다국적 은행들로부터 차입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며 국내 은행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KKR이 OB맥주 인수를 위해 빌리고자 하는 돈이 시장의 예상보다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KR은 OB맥주 본입찰에서 LOC수준의 인수대금 마련계획을 제시해 AB인베브로부터 가점을 받았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 사태이후 글로벌 은행들이 사모펀드의 LBO식 M&A인수대금 제공을 꺼리고 있어 차입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담보로 삼을 수 있는 주식과 자산이 모두 한국기업인 OB맥주란 점도 감안해야 한다.

즉 현지기업을 사면서 해당기업의 주거래은행을 포함한 현지은행(Local Bank)으로부터 한 푼의 차입금도 얻어내지 못할 경우 '세계적인 사모펀드'라는 KKR의 위신에 상당한 손상이 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KKR의 러브콜에 국내은행들이 참여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지난 몇년간 시중은행들은 일부 그룹에 대량의 M&A 자금을 빌려줬다는 이유만으로 상당한 고통을 받아왔다. 해당기업의 유동성 부족이 도마위에 오를 때마다 관련 은행들의 재무건전성도 함께 거론됐다. 일부그룹에 대해서는 주채무계열 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내려 자산과 계열사 매각을 종용해야 할 상황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차입주체가 그동안 거래해 본 적 없는 사모펀드란 점도 고민거리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언제든 재매각을 추진할 수 있는 사모펀드에 대한 대출은 일반기업에 비해 심사가 엄격하고 까다롭다"며 "세계적인 사모펀드인 KKR이라고는 하지만 개별은행 입장에서는 한번도 거래한 적 없고 지속적으로 연락하기도 쉽지않은 까다로운 손님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국내은행들이 KKR의 OB맥주 인수자금 대출을 꺼리는 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 바로 '먹튀', '투기자본' 을 여전히 꺼리는 국민정서 때문이다.

이번 OB맥주 M&A는 사실상 순수하게 해외자본간에 이뤄진 거래에 해당된다. 벨기에 기업과 다국적 사모펀드가 한국기업을 사고 파는 거래인 셈이다.

특히 이번에 국내에 첫 진출한 KKR이 한국에 어떤 인식을 심어줄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만일 외환은행을 사들인 론스타의 악몽이 재현되기라도 한다면 인수금융을 제공한 국내은행들은 도매금으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KKR의 OB맥주인수에 참여해 어느정도 수익을 확보할지 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모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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