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65 <현장 속으로...> 이번 한 주는 분야별 한국 경제 진단을 통해 엇갈리고 있는 한국 경제 회복세에 대해 전망해보는 기획시리즈 준비해봤는데요. 오늘 그 첫 시간은 각종 지표와 실물경제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제증권부에 최환웅 기자 자리했습니다.
최근 나오고 있는 지표들을 보면 경기회복세에 대한 낙관론을 갖기 충분할 것 같은데 허나 이러한 회복논란은 아직 무리라는 의견도 많죠? 어떤가요?
네. 시민들이 느끼는 내수경기는 계속 바닥인데 각종 지표들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작년 경기가 워낙 안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의견도 있고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생긴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는데요. 이처럼 시장에선 부정과 긍정의 메시지가 혼재하고 있습니다.
우선... 준비된 화면 먼저 만나보시죠.
[이대호 앵커]
지금의 경제상황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진단도 엇갈리고 있는데 어떻게 봐야할까?
[최환웅 기자]
경기를 증시와 부동산 시장 등 자본시장과 일자리와 소비, 기업투자 등 실물경제로 나눠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긍정적인 경기지표는 자본시장 쪽에 집중돼 있습니다. 증시가 대표적입니다. 3월 말에야 1200을 겨우 넘어섰던 코스피는 한 달 반 만에 200포인트 이상이 올랐습니다. 채권시장 역시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금리가 8.9%를 넘어섰던 트리플A 마이너스 등급의 회사채는 지난 주 5.46%까지 떨어졌고, 지난 11월 5.4%까지 치솟았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3.9%로 안정된 모습입니다. 금리뿐만 아니라 발행규모도 커져 지난달 회사채는 모두 6조8천억원어치,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반이 넘게 발행됐습니다.
부동산 시장 역시 강남지역 집값이 들썩거리는 등 과열 우려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일자리와 임금 감소, 그리고 물가 등 실생활과 관련된 지표는 오히려 더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에만 비자발적 이유로 이직한 사람, 그러니까 해고당한 사람은 30만 명에 이릅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4월 기준으로는 공식 실업자가 100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앞으로도 당분간은 일자리 사정은 더욱 나빠질 것 입니다. 월급 역시 줄었습니다. 지난 4분기 기준으로 명목임금은 1.7%가 감소해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6%가까이 월급이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각 가정마다 빚은 늘어나 지난해 가계의 금융부채는 800조원을 넘어서 각 가정 당 평균 부채는 일 년 소득의 1.4배에 달했습니다. 즉 일할 곳은 귀해지고 월급은 줄어드는데 물가는 오르고 빚은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이대호 앵커]
자본시장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어떤 상황인가요?
[최환웅 기자]
네. 올해 증시가 상승한 이유로는 아무래도 외국인들의 매수세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모두 6조4000억 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였는데요, 특히 지난달에만 4조원이 넘는 매수세를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신용도를 보여주는 CDS 프리미엄이 한 달 만에 100bp, 1%가 넘게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는 등 한국 시장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각국 정부가 푼 돈이 흘러넘친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얼마 전 G20 정상회담에서는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모두 5조 달러, 우리 돈으로 60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국내 요인을 봤을 때 증시로 돈이 들어오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로 일반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까지 낮아진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추산한 800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이 갈 곳을 잃어 증시와 채권으로 유입되는 셈입니다.
즉, 국내와 해외 양쪽에서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이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하는 것이 주가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애초에 문제가 됐었던 금융기관의 부실문제 등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펀더멘탈이 튼튼하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가계의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며 “우리나라 각 가정의 채무상환능력은 사상 최악”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신용카드 연체율은 2.3%로 올 해 들어서만 0.4%p 증가했습니다. 또한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된 것도 환율효과에 기댄 측면이 큽니다.
또한 우리 정부와 은행들이 외평채 발행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달러기근이 상당히 해소됐다지만, 아직 ‘발행이 성공했다는 사실에 의의를 둬야 한다는’ 그러니까 상당히 높은 이자를 주고 달러를 들여오는 상황입니다.
[이대호 앵커]
실물분야는 어떤가요?
[최환웅 기자]
상당히 어두운 얘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크고 작은 업체들이 사업을 벌이면 거기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월급을 받고 또 소득은 소비로 이어져 기업들이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지금은 투자와 일자리, 그리고 연봉 모두 문제가 있는 상황입니다.
먼저 기업의 설비투자입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1년 사이 24%가 줄어들어 2월보다 감소폭이 늘어났습니다. 기업 설비투자, 대폭 감소! 높은 물가 상승률! 또한 앞으로의 설비투자를 예고해주는 기계류 수주 역시 일 년 사이 30%가 줄어들어 감소폭이 확대됐습니다. 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난 것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일자리와 연봉 사정 역시 좋아지기는 힘들 것입니다.
물가 역시 불안합니다. 지난해 4.7%라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지금처럼 돈이 계속 풀린다면 물가는 더욱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중소기업의 부실 역시 문제입니다. 시중에 부동자금이 많다는 것은 거꾸로 산업현장에는 돈이 흘러들어가지 않는다는 뜻이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금리는 거의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대호 앵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최환웅 기자]
일단 투자자로서의 입장과 생활인으로서의 입장을 나눠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물경제와는 별개로 돈이 모이면 주가는 오르게 마련인 만큼, 먼저 말씀드렸던 외국인들의 매수세와 우리 은행들의 금리수준이 어떻게 변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지금이 돈의 힘에 의지하는 유동성 장세로 본다 해도 결국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의 유동성 장세를 지탱하는 힘인 우리나라와 해외 각국의 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공급정책, 구체적으로는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먼저 말씀드린 실물 부분의 위기가 장기적으로는 자본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가계부채가 800조를 넘어섰는데, 만약 금리가 다시 올라간다면 800조라는 막대한 부채가 가계에 큰 부담이 될 겁니다.이 경우에는 주식에 투자할 돈이 예금으로 갈 뿐만 아니라, 현재 주식에 투자한사람들도 주식을 팔아 빚을 갚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투자를 하는 기본적인 이유, 즉 평생 재무 설계라는 관점에서는 각별히 보수적인 운용이 강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적자가 커지는 것이나 노인인구 증가세를 봤을 때 20년, 30년 뒤의 노인연금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주가나 집값이 올랐다고 투자규모나 소비를 늘릴 경우 노후 30년이 상당히 어두워질 수 있습니다.
[이대호 앵커]
네. 최환웅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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