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워크아웃 발목 잡는 ABCP 투자자

더벨 길진홍 기자 | 2009.05.11 10:01

[thebell note]비협약채권 만기 상환 요구... "기업 회생 기다려줘야"

이 기사는 05월08일(09:5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워크아웃 건설사들이 발행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상환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실 건설사 ABCP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채권단 채무 유예 결정과 관계없이 만기일에 맞춰 투자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넉넉하지 않은 신규 지원 자금으로 기업 운영이 빠듯한 워크아웃 건설사들은 투자자들의 잇따른 ABCP 상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원금 상환을 요구하는 근거는 ABCP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정하고 있는 채권금융기관 협약채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자산유동화법이 아닌 상법상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발행된 ABCP를 협약채권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 매입보장이나 신용공여가 없는 ABCP의 경우 비협약채권으로 구분된다.

한마디로 기촉법상 협약채권에 속하지 않으니까 워크아웃 일정과 관계없이 투자 원금을 제 때에 받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ABCP의 경우 증권사 소매영업(리테일)망을 통해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개인 또는 법인들에게 판매된다. 발행 규모가 큰 경우는 판매 주관사가 증권사 또는 자산운용사에게 재판매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팔린 ABCP는 리테일망을 통해 다시 시장에 나온다. 그래도 팔리지 않은 ABCP는 판매사들이 그대로 떠안는다. 금융회사, 개인, 법인, 펀드 등의 다양한 투자자들이 ABCP를 동시에 소유할 수 있는 구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ABCP를 비협약채권으로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일부 채권단은 ABCP를 판매한 금융회사 채무에 넣어 아예 협약채권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ABCP 만기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소송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 건설사들은 채권단과 맺은 기업체질개선 이행약정이 물거품이 될 것을 우려, ABCP 투자자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ABCP도 기업 리스크에 기반한 일종의 투자상품이다. 특히 건설사 ABCP의 경우 정부 공사나 일반 제조업체 발행 어음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그만한 리스크가 있다는 얘기다. 또 ABCP 투자 설명서에는 대부분 발행기업 또는 실질 차주의 경영이 악화될 경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ABCP 투자자도 기업이 위기에 처했다면 원금 회수가 지연될 수 있다. 특히 그 대상이 이제 막 회생을 위해 첫발을 뗀 기업이라면 경영이 정상화되길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워크아웃이라는 특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투자 원금을 돌려받겠다는 건 또다른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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