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 규제 완화, 투자자보호는 '뒷전'

머니투데이 이도현 기자 | 2009.05.08 17:01

"CP 정체성도 혼란...보완수단 마련필요"

이 기사는 05월08일(16:4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자본시장법에서 기업어음(CP) 발행 제도를 완화하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투자자보호의 기치를 내세운 자본시장법의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지난 2월 시행된 자본시장법은 발행자 요건·기본 발행단위·만기·최저신용등급에 대한 규제를 폐지하는 등 CP에 대한 발행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러한 규제완화는 금융기관 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고 단기금융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된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8일 '기업어음제도에 대한 소고'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CP발행 규제 완화가 단기금융상품으로서 CP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오고 공시요건 완화를 불러와 투자자 보호수준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 시행 전에는 만기차이를 통해 CP를 단기증권, 회사채를 장기증권으로 명확히 구분했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만기 1년 이상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만기 2년 이상의 장기CP가 발행되면서 CP를 더 이상 단기증권으로 분류할 수 없게 됐다.

김홍미 한신평 기획·전략본부 수석 애널리스트는 "CP는 회사채처럼 복잡한 발행·공시의무가 없어 인수기관 확보가 용이한 일부 대기업들은 CP를 장기 자금조달 수단으로 선택할 여지가 있다"며 "장기CP가 회사채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 금융환경이 아직 투자자에 비해 발행자의 영향력이 강하다"며 "투자자 보호를 목표로 하는 자본시장법이 CP발행 규제완화로 인해 오히려 투자자 보호수준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ABCP 발행목적의 특수목적회사(SPC)가 최근 증권신고서와 사업보고서 제출의무가 면제되는 상법상 유한회사 형태로 설립되고 있다. 발행자조건 폐지로 투자자들에게 접근 가능한 공시자료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국내 CP제도의 잠재적 불안요인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에 한국예탁결제원은 전자증권 등록제도와 함께 단기사채제도를 2011년에 도입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단기사채제도가 CP대체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 단기금융시장의 효율성·투명성 제고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단기사채제도 기반조성을 위해 현재의 CP제도에 대한 보완수단을 마련, CP시장의 점진적인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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