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 '한국거래소의 황소상'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9.05.08 11:54

곰 누르는 황소상 처럼 '강한 불마켓' 왔나 논란


여의도 한국거래소 로비에 있는 황소는 곰을 자빠뜨리는 모양새다. 벌러덩 뒤로 넘어지는 곰이 우스꽝스럽게 표현돼 있다. 월가에도 많은 황소상이 있고, 메릴린치는 아예 로고에 황소가 새겨져있지만 전세계 어디에도 곰을 자빠뜨리는 황소상이 있는 곳은 없다고 한다.

최근 한국증시의 모습이 꼭 이런 모습 같다. 한국증시는 단순히 '불(bull) 마켓'이 아니라 '베어 마켓'를 물리치는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베어마켓 랠리가 끝났다' '베어마켓 랠리다'라는 논쟁이 한창이다. 황소상의 등에 올라가 피리를 불게 될지 아니면 자빠진 곰의 등에 깔릴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같은 논란이 길게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코스피지수가 1400선에 도달하면서 단순한 상승이 아닌 추세전환 관점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반면 여전히 글로벌경제의 펀더멘털이 두드러진 반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약세장 속 강한 흐름일 뿐'이라는 베어마켓랠리의 관측도 추세전환론에 맞서고 있다.

강세장으로 추세전환이라면 지금 주식을 사지 않으면 후회할지 모른다. 반면 베어마켓랠리라면 지금 주식을 사면 곰이 후려치는 앞 발길질에 제대로 얻어맞고 다시 하락하는 증시의 추세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전세계 각국의 증권거래소에는 황소상이 있는 곳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황소상은 미국 월가의 증권거래소에 있는 황소상이다. 이 곳에서는 곰은 없고, 황소가 싸울 채비만 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거래소에서는 곰은 있다. 다만 황소와 곰이 '한판 붙을' 채비만 하고 있을 뿐 한국처럼 불쌍하게 곰이 황소의 뿔에 받쳐 나뒹구는 모습은 아니다.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앞 황소와 곰
<자료:위키피디아>

황소가 싸울때는 뿔을 위로 쳐받는 모습이다. 곰은 몸을 곧추세운 뒤 팔을 아래로 뻗어 상대를 공격한다. 이같은 모양새를 보고 강세장은 황소처럼 위를 향해 치솟는다는 의미로 '불마켓'(bull market), 약세장은 곰이 팔을 아래로 후려치는 것을 빗대 '베어마켓'(bear market)이라고 한다는 속설도 있다.

베어마켓랠리에 대해 특히 외국계증권사들의 논쟁이 더욱 뜨겁다. UBS증권은 지난 3월 이후 외국인의 매수와 더불어 나타난 코스피지수의 상승에 대해 추세전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베어마켓 랠리'는 벗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UBS는 8일 "한국증시가 경기회복에 힘입어 본격 랠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스피지수 목표치도 1650선으로 높였다.

UBS는 "한국과 글로벌 거시경제 지표들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며 "베어마켓 랠리를 넘어 경기순환 랠리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모간스탠리는 이날 외국인의 매수와 주식시장의 랠리가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베어마켓 랠리'를 벗어나지는 못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외국인들이 강한 매수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보유지분율은 4월말 현재 27.9%에 머물고 있으며 개인자금 유입이 강하고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지 않기 때문에 약세장 속 랠리뿐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최근 원화강세는 단기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어 추가적으로 긍정적인 면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높은 수준으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올해 국내기업들의 실적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짙다고도 덧붙였다.

역설적이지만 시장에 경계와 비관론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아직 추세반전은 멀었다는 소리에 귀기울일 필요도 있다.

동양종금증권 원상필 연구원은 "경계심이 강할 때 시세는 좀처럼 천장을 치지 않는다"며 "주가는 비관의 담벼락을 타고 오르고 투자심리는 속성상 고점에서 가장 낙관적이고 바닥에서 가장 비관적이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이 유지되는 한 단기조정은 있겠지만 추세반전을 기대하기는 이른 시점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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