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업계, 삼성 '골든 프라이스' 촉각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9.05.08 10:57

이윤우 부회장 '삼성만 이익내는' 가격 얼마로 정할지 주목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무실을 서초동에서 경기도 기흥으로 옮긴지 석 달째다. 이 부회장은 올 초 조직개편에서 부품(DS) 부문장을 맡은 뒤 현장으로 사무실을 아예 옮겼다. 그룹 사장단 회의가 있는 수요일, 이사회 등 주요 회의가 많은 월요일, 천안이나 탕정 등 다른 사업장을 찾는 날 정도를 제외하면 반도체 공장이 있는 기흥에 머물고 있다.

사업장도 수시로 둘러보고, 주요 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장에서 너무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질문들을 해 직원들이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이 같은 이 부회장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업계는 중대 기로를 맞고 있다. 특히 하락하기만 했던 D램 반도체 가격이 최근 다소 반등하면서 삼성전자의 가격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른 반도체 회사들은 이 부회장이 부담스럽다. 이 부회장은 기술과 생산 현장, 양쪽을 모두 잘 아는 흔치 않은 반도체 경영자로 평가된다. 기술 부문의 최고위직인 반도체부문 기흥연구소장, 기술 총괄 부회장 등을 거쳤고 80년대 중반에는 기흥공장장을 맡아 다양한 '현장 신화'도 일궈냈다. '황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황창규 전 반도체총괄 사장 등은 현장 보다는 기술 쪽에 밝은 CEO로 꼽힌다.

'기술과 생산'의 달인인 그가 몇 달째 현장에서 칼을 갈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업계는 이 부회장이 생각하는 '골든 프라이스', 즉 삼성전자는 이익을 내면서 다른 경쟁사는 이익을 낼 수 없는 가격을 어느 선으로 잡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다.

D램 현물가격은 주력 제품(1Gb 667MHz DDR2) 기준으로 지난해 연말 저점 0.58달러에서 서서히 올라 최근에는 1.25달러 까지 상승했다. 고정거래 가격도 저점 0.75달러에서 0.94달러로 상승했다.

추가 상승 기대도 있다. 모든 D램 업체들이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감산 기조가 유지되고 가격이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이 부회장의 손에 달려있다. 오름폭이나 속도에 대한 헤게모니는 삼성전자가 쥐고 있다.


수익성이 가장 좋은 삼성전자가 자신이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가격대(골든 프라이스)에 올라서면 경쟁사들이 이익을 내지 못하도록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D램 업계의 만성적인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해 호황 때 수익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삼성전자가 '골든 프라이스'를 얼마로 가져가느냐에 D램 가격 동향, 나아가 D램 산업의 재편까지 달려 있다"고 말했다.

회사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가격대가 모두 다르다. 주력 D램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수익을 내기 시작하는 가격대를 개당 1.3~1.4달러, 미국의 마이크론과 일본의 엘피다는 1.5~1.6달러, 대만 업체들은 1.7달러에서 높게는 2달러 대 중후반로 보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는 1.3~1.6달러가 삼성전자의 골든 프라이스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낸드 플래시나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이 커 하이닉스에 비해서도 전체적인 수익성은 우위에 있다.

하지만 이는 업계 추정치일 뿐이고 각 회사들의 정확한 손익 분기점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공정 기술 개발을 통해 공정 진도율이 달라지면 원가와 손익 분기점도 바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손익 분기점은 원가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 반도체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기술과 생산'의 양날의 칼을 손에 쥔 이 부회장이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내놓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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