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과 집현전…MB와 '민본21'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9.05.06 16:22

[이기자의 '정치야 놀자']

편집자주 | 마흔이 넘어 서여의도를 밟았습니다. '경제'로 가득 채워진 머리 속에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려 합니다. 정치…. 멀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두리번거리겠습니다. 좌충우돌하겠습니다. 정치를 먼 나라 얘기가 아닌, 우리 삶 속에서 숨쉬는 얘깃거리로 다뤄보겠습니다. 정치를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데려 오겠습니다.

#세종대왕은 재위 2년째인 1420년 집현전을 세웠다. 집현전 학사들에게 엄청난 특혜를 줬다. 집현전 학사 출신은 세종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며 다른 관료는 20년 이상 걸릴 승진단계를 10여년만에 거치곤 했다.

세종은 태종의 강력한 '철권통치'에 이어 '문치'를 내세웠지만 강력한 훈구세력의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집현전 설치는 그가 짜낸 최고의 묘수 중 하나였다. 당대 최고 수준의 가문에서 당파를 뛰어넘어 혈기 넘치는 청년들을 선발해 '특별 임무'를 부여했다. 용포를 직접 내려 덮어주기도 하고 그들과 호흡을 같이 했다. 비록 몇몇 학사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세종과 집현전 학사들은 왕과 신하의 관계를 넘어 '동지애'로 뭉쳤다.

집현전 학사들은 세종이 실시한 개혁의 선봉장이었다. 훈민정음 창제는 대표적 업적이다. 세종 재위 24년째인 1442년에 집현전은 기존 서연직과 더불어 첨사원직까지 전담하며 명실상부한 정치집단으로 떠올랐다. 집현전 학사 출신은 세종에 이어 세조와 성종대까지 정치·제도·문화 개혁을 주도했다.

집현전은 훈구세력의 저항과 기득권에 맞서는 대항마였다. 훈구세력 내부에서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할 수 없었다. 집현전의 설치와 결실은 '밑에서부터' 추진된 개혁이 성공한 대표사례로 남았다. 집현전 학사 출신 중에는 이후 나이 들고 직위가 높아지면서도 젊은 시절의 대의명분과 고결했던 뜻을 간직한 이들이 많았다. 사육신과 생육신이 그렇다. 세종은 그들의 가슴에 '명예'와 '백성'이란 코드를 새겨놓았다.

#한나라당 개혁성향의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이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두고 긍정과 부정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또다른 제스처에 그칠 것"이란 한나라당 한 당직자의 말은 경험에서 나왔다. 예컨대 '미래연대'는 지난 2003년 당권 싸움 속에서 '최병렬파'와 '서청원파'로 갈라져 스러졌다. '새정치 수요모임'도 2007년 경선 도중 모래알처럼 흩어진 채 사라졌다. 두 모임 모두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현실정치'에 휩쓸리며 신진 개혁파의 한계를 보였다.


민본21에 대해 "초선들의 제한적인 차별화 전략일 뿐"이라는 부정적 평가는 지나치게 딱딱하다. 설사 또다시 실패한다 해도 그들의 '대의명분'과 '젊은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는 긍정 반응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민본21이 '코드'를 맞췄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4·29재보선의 참패는 당은 물론 청와대에서도 '민심 이반'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 계보 싸움 속에서 한나라당은 표류하고 있다. 정당정치의 출발점인 '민심읽기'는 뒷전이고 경제살리기를 모토로 한 각종 개혁법안은 여당내에서도 의견 결집에 실패하곤 했다.

기존 훈구세력(지도부)의 개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세종의 개혁조치는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 개혁을 향한 불굴의 의지와 역사적 안목을 갖췄다면 시간이 걸려도 '정답'을 선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꼬리(신진 개혁세력)를 움직여 몸통(당 중진)과 머리(지도부)를 흔드는' 성과를 낼 수도 있다.

다만 세종은 32년간 재위하며 이상을 실현할 충분한 시간을 가졌지만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개혁을 향한 절박감이 더욱 크고 "이번이 아니면 당은 회복불능 상태로 치닫게 될 것"이란 우려도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와 당이 현재 선택할 개혁카드는 두고두고 미래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점에서 절심함은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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