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신종플루'와 바이오산업

머니투데이 이기형 기자 | 2009.05.07 08:28
홍콩의 한 호텔에 투숙했던 관광객 수백여명이 며칠째 격리돼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외신, 그리고 국내에서 신종플루 1호 확진환자였던 A씨가 입원했다가 퇴원했던 군 격리병실 기사를 보면서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자들의 도시'가 떠올랐다.

운전을 하던 한 운전자가 갑자기 앞이 안보이게 되고, 그와 접촉한 사람들이 모두 눈이 멀면서 이들이 격리수용되고, 급기야는 도시전체가 모두 눈먼자들의 세상이 되는 내용의 소설이다. 초기에는 눈이 먼 사람들이 한 건물에 격리수용되고 군인들이 이 시설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그 소설이 연상된 것 같다.

초기 격리수용소는 제법 관리가 잘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전염자들이 계속 들어오면서 소요가 생기고, 수용소를 나오려는 사람에게는 발포명령이 내려진다. 짐승과 같이 끔찍했던 수용소생활에서 벗어나 그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것은 도시 전체로 전염이 확산되고 나서다. 안과 밖의 상황이 전혀 다를 게 없어진 뒤다.

우리 앞에 닥친 신종플루는 다행스럽게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첫번째 확진환자가 군 격리병동에서 퇴원하고, 첫 확진환자에게 감염된 2차감염자도 '건강한' 모습으로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신종플루가 감염성은 강하지만 별로 독하지 않다니 천만다행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복기해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방역준비가 전무한 수준이라고 지적한 언론과 전문가들은 기존 바이러스 치료제인 '타미플루' 비축량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곧바로 비축량을 늘릴 수도 없고, 완벽한 치료제도 아닌데 위기만 조장한 꼴이다. 어떤 언론은 정부의 대외비 방역자료를 입수했다며 판데믹(질병의 대유행) 상황에서의 치료제 접종 우선순위에 대한 언급도 서슴지 않았다. 방역당국의 초기대응이 갈팡질팡했다고 문제 삼은 이들은 의심스런 탑승객들이 공항 입국장을 모두 다 빠져나왔다고 질타했다. 그들을 모두 격리수용했어야 했을까.

판데믹은 사람이, 혹은 국가가 100%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얼마나 잘 관리할 것이냐의 수준문제일 뿐이다. 가장 대처를 잘 한 것은 대다수 국민들이다. 물만 보면 손을 씻고, 신종플루가 의심되면 곧바로 보건당국에 신고를 했다. 한쪽에선 황금 연휴도 맘껏 즐겨 전국 고속도로가 정체에 시달렸다.


증시에서도 해프닝이 있었다. 신종플루 수혜주 찾기에 애널리스트들까지 나섰다. 유한양행은 타미플루의 원료를 만드는 자회사 덕분에, 녹십자는 독감백신을 생산하기 때문에 신종플루 백신 생산가능성 때문에 폭등했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실제로 판데믹 상황이 됐다면 수혜주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도 한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우리에게 백신을 만들고, 치료제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시설과 실력이 있다는 점이다. 녹십자는 영국의 한 연구소에 신종플루 바이러스 균주를 요청했다. 백신은 바이러스를 배양한 뒤 독성과 전염성을 없애 인체에 투입, 이후 해당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했을 때 이를 이길 수 있는 항체를 만드는 작용을 한다. 예방이 가능하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면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지만 그중에서는 그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이 사람의 혈액에는 항체가 있고, 이를 배양하면 항체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최근 국내 많은 바이오회사와 제약사들이 항체치료제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바이오.의료산업이 단순히 국가의 부를 키우는 차세대 신성장동력산업을 넘어서 국가 안보차원에서도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번 신종플루는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보건당국도 규제일변도에서 벗어나 산업에 '눈'을 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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