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일수록 마음이 시리기 쉬운 불우아동들은 경기불황을 더 실감할지도 모르겠다. 기업을 비롯해 외부의 기부금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순이익이 1조9000억원 가량 감소하면서 기부금을 1825억원에서 1389억원으로 436억원 줄였다. 여전히 순이익의 2.5%에 달하는 금액을 기부에 할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부 감소분은 아동보호시설 수십 개를 운영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매출이 5조원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이 9400억원이나 줄어든 LG전자도 기부금을 152억원에서 119억원으로 줄였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주회사 LG는 전년 보다 기부금을 9배로 늘린 게 997만원이다.
기부금은 회계 상 영업외 '비용'으로 처리된다. 경기가 위축되면 비용절감 0 순위가 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불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부금을 늘린 '착한 기업'들도 있다.
SK텔레콤은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기부금을 724억원에서 996억원으로 늘렸다. 이 회사의 순이익 대비 기부 비율은 무려 7.79%에 달한다. 현대자동차도 매출과 순이익 모두 감소세로 전환했지만, 기부금은 225억원에서 276억원으로 늘렸다.
반면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사회공헌 비용을 줄인 기업도 눈에 보인다.
불황에 강한 유통공룡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신장세를 기록했지만 기부금을 135억원에서 51억원으로 줄였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8%와 7.3%씩 늘어 10조5537억원, 742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1.95%에서 0.68%로 낮아졌다.
수익을 늘리고도 사회 환원을 줄인 기업, 순이익 감소 비율에 맞춰 기부금도 조정한 기업, 수익이 줄어도 고통 분담을 위해 곳간을 연 기업. 소비자는 어떤 기업을 더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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