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바이콧(Buycott)'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 2009.05.06 12:55

[하나의 세상에 사는 우리]<7-1>구매로 착한 시장을 만드는 소비자들

편집자주 | 이해관계가 달라도 우리는 서로 연결된 하나의 존재다. 각자의 의도나 의지와 관계 없이 서로의 삶에 영향을 준다. 다른 나라의 경제위기와 환경파괴는 우리나라의 시장 축소와 기후변화로 이어진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로운 해결법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는 2009년 쿨머니 연중 캠페인 '하나의 세상에 사는 우리, 하우(How)'를 통해 지구촌 당면 과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는 현장을 방문해 그 노하우를 전한다.

↑아름다운가게 단골인 황호열 김양숙 부부는 1일 열린 아름다운가게 자선음악회에 참석했다. 이 음악회 수익은 아름다운가게 100호점 설립에 쓰인다.

'보이콧(boycott)을 넘어 바이콧(buycott)으로.'

멜라민과자, 석면탈크 등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소비자들이 스스로 시장을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에코마니악(Eco-Maniac),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 등 이름은 다르지만 행동은 같다. '당신이 가치를 두는 제품을 사라(buy)'는 것이다.

◇모임에서 직장에서 `바이콧'=지난 5월1일 저녁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아름다운가게 자선음악회가 열렸다. 회관 1층 로비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나눠주신 당신은 아름다운 분입니다'라는 대형 펼침막이 걸렸다.

그 앞에서 감색 신사복과 하늘거리는 시폰치마로 잘 차려입은 노부부가 수줍은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황호열(62) 김양숙(60) 부부였다. 김씨는 "아름다운가게에 갔다가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자선연주회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왔다"고 말했다.
 
"이 자선음악회 수익금으로 아름다운가게 100호점을 낸다니 기분이 좋아요. 초창기부터 아름다운가게에 다녔거든요. 얼마전엔 아름다운카페에 친구들을 데려가 차 샀어요. 우리가 선진국 시민이 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는 뿌듯한 표정으로 "예전엔 친구들이 모이면 그냥 사는 얘기나 했는데 요새는 천연조미료는 뭘 먹느냐, 기부는 어디에 하느냐 하는 얘기를 나눈다"며 "나는 아름다운가게에서 사라고 추천한다"고 말했다.

아름다운가게는 기증받은 물품이나 공정무역돚재활용제품을 팔아 그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이나 풀뿌리 비영리기구들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다.

어떤 사람들은 직장에서 윤리적 소비, 녹색구매를 전파한다.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티타워 지하의 직원용 카페는 전메뉴가 공정무역 커피인 `피스커피-카페티모르돴다.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자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사회공헌업무와 관계없는 일반직원이었다.

신요한 SK텔레콤 사회공헌팀 매니저는 "우리 회사가 카페티모르를 통해 소외 청소년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적이 있는데 경영지원팀의 한 직원이 그 기사를 보고 전화해 `우리 직원들도 카페티모르를 마시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신 매니저는 "카페티모르로 바꾸니 `맛이 좋다' `이왕이면 의미 있는 커피를 마시니 좋다'는 등 직원들의 반응이 좋았다"며 "그래서 올해 초엔 임원회의나 외부손님 미팅 때 내놓는 쿠키도 장애인 사회적 기업이 만든 `위캔쿠키'로 바꿨다"고 말했다.

엄정길 대우증권 사회공헌 담당 차장은 지난 4월 리서치센터 한 직원으로부터 독특한 제안을 받았다. "우리가 녹색투자상품, 그린코리아 주식형 마스터랩을 팔고 있으니 우리 직원들도 녹색제품을 사는 캠페인을 벌이자"는 것이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조심스러웠어요. 여러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시도해봤지만 직원들에게 어떤 제품의 구매를 독려하자는 제안은 처음이었거든요. 그래서 친환경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이로운몰을 소개하는 자료를 사내게시판에 올려봤는데 직원들의 관심이 높아 의외였어요."

◇착한 시장을 만드는 메가트렌드=전문가들은 환경, 사회를 생각하는 소비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메가트렌드라고 분석한다. 사회적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줄기의 변화라는 것이다.

`트렌드코리아 2009'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어떤 것보다 강력한 소비자운동은 구매운동, 즉 바이콧(buycott)"이라며 "소비자 구매가 기업을 변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소비자들은 제품의 기획ㆍ생산ㆍ유통ㆍ소비 전과정에서 친환경성을 `특별하다고 생각할 것도 없는 매우 당연한 가치'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변화는 전세계에서 함께 일어나고 있다. 씨티그룹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양이 아닌 질과 윤리적 가치에 초점을 둔 검소하면서도 `양심적인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국적 광고회사인 유로RSCG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국민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소비의 양을 줄인 `자발적 검소함'의 욕구와 윤리적 가치 소비가 결합하면서 소비의 양식이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춘 아름다운가게 정책지원국장은 "바이콧은 이왕이면 좀더 사회공익적이고 친환경적 가치를 지닌 제품을 소비하자는 운동"이라며 "이를 통해 소비자는 더 믿을 수 있는 제품 시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웰빙제품을 찾으니 친환경철학이 없던 일반기업들도 친환경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며 "소비자가 윤리적ㆍ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제품을 사면 일반기업들도 생산 유통 전과정에서 그러한 가치를 추구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리적인 친환경제품을 살 수 있는 온라인쇼핑몰
△이로운몰(www.erounmall.com)
△생생몰(mall1004.org)
△페어트레이드코리아(www.ecofairtrade.co.kr)
△에코숍(www.ecoshop.kr)

◇윤리적인 친환경제품을 살 수 있는 온오프라인 매장
△한살림 (shop.hansalim.or.kr)
△두레생협연합 (www.dure.coop)
△여성민우회생협 (www.minwoocoop.or.kr)
△아이쿱(www.icoop.or.kr)
△아름다운가게(www.beautifulstore.org)
△행복한나눔(www.kfhi.or.kr/giversmart)
△ 행복한나눔 www.kfhi.or.kr/giversm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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