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는 맛이 없어요. 소화도 잘 안 돼."
화장품을 바르기 전에 맛부터 보는 이 여자는 이진민 자연인 대표(46)다. '나는 나, 톰보이' '한국 지형에 강하다, 애니콜'의 카피라이터이자 한국 티저마케팅의 초대형 히트작 '선영아 사랑해'를 기획한 마이클럽 전 부사장이다.
2004년 독일 유기농화장품 '로고나' 한국법인을 설립하면서 언론의 시선에서 사라졌던 마케팅의 달인은 지난 4월 23일, '무자극화장품, 아이소이(isoi)'라는 브랜드로 돌아왔다. 이번에 그가 택한 마케팅 기법은? '마케팅비 줄이기.'
똑똑한 사람들이 싫어하는 화학성분은 뺐다.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파라벤'류 방부제, 아토피 원인으로 꼽히는 디아졸리디닐 우레아, 독성과 자극이 강한 포름알데히드와 황산염계 계면활성제, 발암과 알레르기 유발 의혹을 받는 타르색소 등.
똑똑한 사람들이 찾아 바르는 천연성분은 넣었다. 피부 재생효과가 높은 호호바씨 오일, 피부에서 나오는 지방과 비슷한 식물성오일 마카다미아씨 오일부터 '천연나노'라 불리는 불가리안 다마스크 로즈오일까지.
이 대표는 "이 세상 모든 선영이(여자)들이 안심하고 쓸 수 있게 만들었다"고 자신했다. 그는 "여자의 몸은 대지가 그러하듯 생명의 근원"이라며 "그런데도 많은 화장품들이 마케팅에 더 많은 돈을 쓰느라 값싸지만 유해한 화학성분을 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로운 성분을 쏙 뺐다는 화장품을 출시하기 전, 그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다.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25년 경력의 마케팅 달인을 떨게 만든 건 '시장'이었다. 지금 시장을 지배하는 건 화장품 원료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므로.
"개발기간 내내 들은 얘기가 '남들이 그렇게 하는 건 이유가 있다'는 거예요. 비싼 원료 넣은 시제품이 피부에서 겉돌고, 곰팡이가 피는 걸 보면 실리콘, 방부제 넣는 게 이해가 가요. 하지만 내가, 내 가족도 쓸 것인데 그러기 싫었어요."
◇"작은 회사 마케팅의 핵심은 진실"=10년 전, 그는 어떤 화장품을 써도 피부트러블이 생겨 고생했다. 남편(박대성, 당시 금강기획 크리에이티브디렉터)이 환경을 공부하다가 "음식 외엔 화장품이 몸에 가장 잘 흡수된다"고 알려줬다. 이 사장은 화장품을 먹어보기 시작했다. 피부가 먹는 것이라면 입으로 먹어도 괜찮은 것이어야 했다.
"피부는 원래 배설기관이에요. 땀과 분비물을 배설하죠. 그런데 사람들은 화장품 바를 때 삭 스며들면 고급이라고 좋아하잖아요. 화장품은 겉돌아야 좋은 것이에요. 피부가 먹고 싶은 것, 필요한 것을 골라 먹게 해줘야 해요."
바르자마자 스며들고 그 즉시 피부를 팽팽하게 만드는 것이 좋은 화장품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 이것이 마케팅의 힘이다. 아니, 비용의 힘이다. TV와 신문 광고, 샘플로 물량공세를 하다보면 어느새 소비자들은 그것을 좋은 제품이라고 믿어버린다.
"어떻게 돈(마케팅비)을 쓰면 물건이 팔리는 지는 알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기가 무서워요. 사람을 한번 깜짝 놀라게 하는 것도 어렵지만 끝까지 놀라게 하는 것은 더 어려워요. 마케팅은 제품과 유리되면 안 돼요. 언젠가는 소비자가 알게 되죠."
그는 "작은 회사가 마케팅에 성공하는 비결은 진실함에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의 달인이 화장품을 론칭하면서 마케팅비보다 원료비에 더 많은 돈을 책정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감별하고 있다.(맨위)
화학방부제 없는
화장품 시제품을
만드느라 곰팡이가
피는 등 시행착오를
거쳤다.(중간)
이 화장품은 최상급
원료를 쓰고 마케팅비는
줄였다.(맨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