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주총,주가폭락에도 '축제' 시작

오마하(미 네브래스카주)=김준형 특파원 | 2009.05.02 20:10

[버크셔 주총현장 1]3만5천 버핏 주시...'美 자본주의 우드스톡'

미국 중부의 한적한 시골 도시 네브라스카주 오마하.

서부 개척시기 노다지를 꿈꾸는 개척자들이 끊임없이 몰려 들었던 이곳에 매년 5월첫째 주말이면 자본주의 시대의 '대박'의 꿈을 안고 수만명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78)이 이끄는 투자지주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연례주주총회가 2일(현지시간) 개막됐다.

평소엔 절반도 채 차지 않기 일쑤인 오마하행 비행기편이 이때만은 빈자리 하나 찾기가 힘들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가 35% 폭락하고 주당 장부가치도 10% 가까이 쪼그라들었지만, 작년 오마하를 찾았을때와 마찬가지로 오마하로 몰려드는 사람들은 축제기분에 들뜬 모습니다.

'51학번' 워런 버핏의 얼굴이 담긴 네브래스카-링컨 대학 광고판은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공항에 내린 주주와 관광객, 취재진을 가장 먼저 맞는다.
'모르는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버핏의 투자원칙처럼 "배워야 살아남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총은 27년전 12명으로 처음 시작했다.
대공황이후 최악의 경제침체를 헤쳐나가고 있는 올해는 3만5000명을 넘는 사상 최대 인파가 몰렸다는게 버크셔 해서웨이측의 추산이다.

주총 전날인 1일 주주 환영 리셉션을 시작으로 2일 주총, 3일 폐막 축제에 이르기까지 사흘간 이어지는 주총에는 미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백명의 주주와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주총에 참가하는 주주들의 국적은 43개국에 달했다. 이중에는 단체로 참가한 45개 대학교의 학생들도 포함돼 있다.

◇ 새벽부터 장사진...35개 계열사 전시관 마련

주주총회가 열리는 오마하 시내 퀘스트센터는 2일 오전 7시 문을 열었지만, 새벽 5시가 넘어서면서부터 이미 먼저 입장하려는 주주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7시가 가까워지면서 입장을 기다리는 주주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총장 앞쪽에 마련된 12개의 질의응답용 마이크 근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으로 새벽부터 줄을 서고, 주총장 문을 열자마자 총알처럼 달려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주총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버핏 회장 및 그의 절친한 친구인 찰스 멍거 부회장과 주주들의 즉석 일문일답이기 때문.

올해는 미리 사전에 선정된 뉴욕타임즈 등 미국 주류 매체들이 독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아 주총장에서 질의응답시간을 진행하는 걸로 형식을 바꿨다.

버핏 회장은 "나도 78세 늙은이인데, 발 빠르다고 대접해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주총 진행방식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도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주주들의 '달리기'는 어김없이 재현됐다.

예년과 다름없이 주총장에는 아이스크림 회사 데어리 퀸, 보험사 가이코 등 35개 계열사 전시관이 마련됐다. 어려운 시기에 조금이라도 계열사 영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인지 작년에 비해 전시관이 훨씬 늘었다.

버핏 회장은 올해도 주총 시작전 이른 아침, 퀘스트 센터 내에 마련된 계열사 홍보 부스에 나타나 취재진과 주주들을 대상으로 사진 촬영에 응하는 등 홍보활동을 펼쳤다.

◇ 주가 30% 급락 ...작년과 다른 올해


1년전 주총 당시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해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그때만 해도 주주들의 얼굴은 어둡지 않았었다.
전년도 순이익이 132억1000만달러로, 전년대비 오히려 20% 증가하는 등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버크셔 해서웨이의 실적은 더 좋아졌기 때문이다.

전세계 시장을 뒤흔든 금융경색은 오히려 버핏과 벅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는 또한번의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적지 않았다.

주가도 주총 직전 1년간 23%나 상승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정반대이다.
한때 10만달러를 훌쩍 넘었던 버크셔 해서웨이 A주는 지난해 초 대비 34% 폭락, 1일 종가 9만200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주가는 물론 주당 실질 장부가격까지 뒷걸음질친 올해도 이전같은 들뜬 분위기 속에서 주총행사가 모두 끝날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지난해 순익이 49억9400만달러로 1년전에 비해 반토막이 나는 등 1965년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이후 버핏은 최악의 성적을 냈다.

대표적인 거품 국가로 밝혀진 아일랜드 은행에 투자했다가 거덜이 나고, 골드만 삭스, 제네럴 모터스에 투자한 돈도 언제 회수할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이다. 버핏 스스로도 '멍청한 짓을 했다'고 주주서한에서 고백해야 했다.

◇ "어려울 때일수록 '현인'에게서 안도와 위안"

버크셔 해서웨이는 통상 1분기 실적을 주총 하루 전날 발표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실적발표를 주총 이후인 8일로 연기했다. 축제가 돼야 할 주총장이 극도의 실적부진으로 인해 상갓집 분위기로 바뀌는 걸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부의 시선도 마냥 '찬사' 일색은 아니다.
미국 주도 시장 자본주의에 비판적인 시각을 숨기지 않아온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는 올해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총 분위기가 예년과 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자들에게 파생상품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비롯, 버핏이 쉽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들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날 주총장을 찾은 주주들의 얼굴에서는 경제와 주식시장 상황이 어려울수록 버핏에게서 안도감과 위안을 얻고자 하는 표정이 역력해보인다.

'오마하의 현인'이 내놓을 한마디 한마디에 주총장의 주주들뿐 아니라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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