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결국 '파산 신청'...회생할까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9.05.01 04:30

채무조정 실패, 피아트와 제휴...앞길 첩첩산중


-미 정부 80억불 추가지원, 60일내 정상화 목표
-일부 채권단 '청산' 주장...파산절차 순조 의문
-"과거 영광 되찾기 어려울 것" 비관론 팽배


↑크라이슬러 브랜드별 대표 모델들(출처:크라이슬러 홈페이지)

지프 닷지 등의 브랜드로 유명한 미국 3위 자동차 업체 크라이슬러가 결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크라이슬러는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법원에 파산보호(챕터 11)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한 개념인 '챕터 11'은 기업의 완전한 청산을 의미하는 '챕터7'과 달리 법원 관리하에 영업을 계속하면서 채무를 조정, 개업을 회생시키는 절차를 말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크라이슬러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제휴 협상이 타결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피아트와의 제휴는 크라이슬러에게 단지 '생존(survive)'이 아니라 '성공(thrive)'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 헤지펀드등 소액 채권단 반대, 협상 결렬

재무부는 크라이슬러에게 5월1일까지 피아트와의 제휴를 마무리하고 채권단 노조 등 이해당사자들과 부채 경감 협상을 타결하라며 최종 시한을 제시한바 있다.

크라이슬러측은 채권단에 69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22억5000만달러로 낮춰 달라며 협상을 벌였지만 채권단이 이를 거부, 결렬됐다.

채권 비중이 높은 J.P모간 씨티 등 4개 대형은행들은 당초 정부가 제시한 20억달러의 협상안에 동의했지만 채권 30% 가량을 보유한 헤지펀드 등 40개에 달하는 소규모 채권 기관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부는 채무상환액을 22억5000만달러로 높여 제시했지만 소규모 채권단들은 손실규모를 감당할수 없다며 반대표를 던져 협상안은 수용되지 않았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구제자금을 받은 대형은행들이 정부 입장을 대변한다"고 반발했다.

일부 펀드들은 포드나 GM에 투자지분을 갖고 있어 크라이슬러의 파산에 따른 반사이익이 오히려 클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도 있다. 또 크라이슬러 파산시 이를 커버할 수 있는 신용부도스왑 계약을 맺고 있어 파산이 오히려 유리한 입장에 놓인 기관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 기관들의 채권 회수규모는 법원의 채무조정안에 따라 결정되게 됐다.

앞서 회사측은 전날 전미 자동차 노조(UAW)와 비용절감 방안에 합의했지만 채권단을 설득하는데는 결국 실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구조조정안을 거부한 채권단들에 대해 "그들은 다른사람들만 희생하고 자신들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기를 바랬다"고 비난했다.

◇ 정부 "1-2개월내 벗어날 것"...80억불 추가지원

미 정부는 크라이슬러가 1~2개월 내에 파산보호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무부 관계자는 "파산보호 기간을 최대한 짧고 신속하게 가져가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피아트가 파산보호를 통해 딜러들과의 계약 등 복잡한 의무와 비용을 피함으로써 구조조정을 신속히 할수 있다는 판단도 미 정부가 파산보호를 택하게 된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현 경영체제를 유지하는 '기존 관리인 유지제도(DIP:Debtor-In Possession)'를 통해 35억달러를 지원하며, 파산보호에서 벗어날 경우 추가로 45억달러 등 총 80억달러를 크라이슬러에 제공할 계획이다. 캐나다 정부도 26억달러를 크라이슬러에 지원하기로 했다.

크라이슬러는 올해초부터 미국 정부로부터 총 4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바 있다. 크라이슬러는 과거 1980년에도 정부로부터 15억달러의 구제자금을 받은 뒤 리 아이아코카 회장이 경영을 맡아 회생한 바 있다.

◇ 피아트 지분 35%까지 확대...경영진 교체

크라이슬러의 우량자산은 파산보호 후 신설될 법인이 넘겨받고 이 회사의 지분 20%는 피아트가 인수하게 된다.
자동차노조(UAW)는가 55% 지분을 보유한 크라이슬러의 최대주주가 된다. 26일 합의한 노사 협약에 따라 퇴직자 의료보험제도 운영을 위해 크라이슬러가 UAW의 기금에 출연해야 할 106억달러중 절반 가량을 주식으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미 정부 지분은 8%정도가 될 것이라고 재무부는 밝혔다. 캐나다 정부와 온타리오 주정부도 2% 지분율을 보유하게 된다.

크라이슬러가 연료효율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정부 자금을 상환할 경우 피아트의 지분율은 35%로 높아질 예정이다. 피아트는 정부자금 상환이후 2016년까지 크라이슬러 지분 16%를 추가 매입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재무부는 파산보호 하에서 미 정부가 이사회 멤버를 지명할 권한을 갖지만 일상적인 경영활동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버트 나델리 회장(CEO)은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를 신청할 경우 퇴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어 새로운 경영진이 꾸려질 전망이다.

◇ 파산보호 걸림돌 산적..."과거 영광 찾을지 의문"

크라이슬러는 현재 미시간 오하이오 인디애나 등의 생산공장 등에 걸쳐 5만4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미 정부는 직원들에 대한 추가해고는 계획이 없지만 딜러망은 당분간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라이슬러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회사인 크라이슬러 파이낸셜은 GM계열 자동차 할부금융사 GMAC로 흡수돼 크라이슬러에 대한 금융지원 역할을 지속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 채권 기관들은 파산보호보다 청산하는 편이 잔존가치가 더 많다고 주장,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파산보호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든 상태이다.

파산 보호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해도 소비자들이 다시 크라이슬러 브랜드에 신뢰를 줄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W스트리트 닷컴의 자동차 산업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실버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파산보호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크라이슬러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수년내 세계적 자동차 회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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