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9시간 35분 동안 노 전 대통령 조사(상보)

류철호,장시복 기자 | 2009.05.01 03:18

박연차 회장과 대질신문은 불발...권양숙 여사 재소환 예정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마치고 1일 새벽 2시10분께 귀가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는 30일 노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오후 1시45분부터 밤 11시20분까지 9시간 35분 동안 조사를 벌였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것은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역대 세 번째, 13년6개월여 만이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청사를 나온 직후 "소회를 밝혀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서 받았다"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2007년 6월29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대통령 관저에 전달한 100만 달러와 2008년 2월22일 박 회장이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송금한 500만 달러 등 총 600만 달러를 수수한 포괄적 뇌물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1시20분에 출석한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대통령의 직무와 박 회장 자금의 연관성을 우선 신문한 뒤 100만 달러, 500만 달러, 12억5000만원 등 3개 의혹 사항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노 전 대통령은 본격 신문에 앞서 신문을 맡은 우병우 중수1과장과 담소를 나누며 담배를 한 대 피웠고 오후 4시10분부터 10여분 동안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조사에는 문재인 변호사가 입회했고 인근 식당에서 주문한 곰탕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검찰은 권양숙 여사가 받았다고 노 전 대통령이 시인한 100만 달러와 아들 건호씨에게 전달된 500만 달러 모두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알았을 것이라는 각종 정황증거를 제시하며 노 전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100만 달러는 권 여사가 받아 빚 갚는데 사용했고, 500만 달러 역시 정상적인 투자금으로 퇴임 이후에 알게 됐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은 2006∼2007년 권양숙 여사가 제3자를 시켜 미국 유학 중이던 건호씨에게 3차례에 걸쳐 30만 달러의 유학비와 생활비를 송금한 사실을 알았는지 추궁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100만 달러 사용처에 대해 "밝힐 수 없다"고 진술했다. 이에 검찰은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조만간 권 여사를 재소환키로 했다.

권 여사가 정 전 비서관이 받은 3억원을 자신이 빌렸다고 거짓 해명한 이유와 건호씨에게 송금한 유학비 등 30만 달러의 출처를 묻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돈이 박 회장이 권 여사에게 건넨 100만 달러 중 일부인 것으로 보고 있다.

600만 달러 의혹과 관련해 당초 관심을 모았던 박연차 회장과의 대질신문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요구한 노 전 대통령의 거부로 불발됐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박 회장은 원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고 시간이 너무 늦다'며 거부해 대질조사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검청사 1120호 특별조사실에서 우병우 과장과 함께 김형욱 이성욱 이주형 검사를 번갈아 배석시켜 노 전 대통령을 신문했다.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과 홍만표 기획관은 조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신문 과정을 조율했다.

앞서 이 중수부장은 노 전 대통령을 만나 "먼 길 오시느라 고생했다. 소환 조사가 불가피했다. 조사에 협조해 달라"는 말을 했고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사명감과 정의감을 이해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서로간의 입장을 존중하자"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를 떠나기 앞서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다"며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등을 태운 청와대 경호버스는 오전 8시2분 봉하마을을 출발, 경부고속도로 등 4개 고속도로를 이용해 5시간17분 만인 오후 1시19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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