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대책, 싹이 노랗다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9.05.01 13:41
정부가 '사교육 종합대책'을 예고하면서 교육 현장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곽승준 청와대 미래기획위원장이 미리 누설한 내용은 △오후 10시 이후 학원 영업 금지 △특목고 입시제도 개혁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강화 등이다.

그러나 교육계는 별로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정책간 모순이 보이는데다 실현가능성도 의문이며,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모순 =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는 자율, 다양, 분권 3가지로 요약된다. 하지만 내놓는 정책들은 이와 거리가 먼 것들이 많다.

학원 영업시간 규제만 해도 70년대 통행금지가 떠올를 정도로 강압적이고 타율적이다. 규제를 풀겠다는 정부정책의 큰 방향과도 배치된다.

곽 위원장 말처럼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단속에 나서면 분권 원칙에도 어긋난다. 교육 공무원들은 "단속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난감해 한다. 단속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지도 의문이다. 사교육이 음성화되는 것도 명약관화다.

때문에 한나라당에서조차 "교육 현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내놓을 수 없는 대책"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근의 자율학교 학생선발 지역제한 검토, 사립대 총장 인사개입 등도 학교자율화, 대학자율화 방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치들이다.

◇비겁 = 사교육비를 잡으려면 공교육 정상화도 병행돼야 한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지 않고서는 사교육비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도 사교육 억제와 공교육 정상화를 병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대책의 핵심은 '방과후학교 강화'다.

그러나 방과후학교는 공교육 강화의 보완재일 수는 있어도 대체재일 수는 없다. 교사들의 반발이 두려워 정규 수업은 별로 건드리지 않고 '방과후'에만 집중하는 것은 '정공법'이 아니다.


현 정부는 학생들만 무한경쟁시키는 시스템이 아니라 교사들을 경쟁시키는 시스템으로 바꾸겠다고 누차 강조해 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지방과 서울, 초·중·고의 형편이 다른 점도 문제다.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그만두는 강사가 부지기수다. 학교선생님으로 대체하면 보충수업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대구의 한 고교 교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해 봐도 결국에는 보충수업으로 회귀했다"며 "수업의 질과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조급 = 정책 성과를 빨리 보려는 조급증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번 대책 추진 과정만 해도 대북정책 국정혼선을 보듯 매끄럽지 못했다. 곽승준 위원장은 당정청과 충분히 협의된 것처럼 말했지만 교과부나 한나라당의 반응은 달랐다. 미래기획위 산하 TF팀과도 조율이 안끝난 내용이 줄줄 샜다.

올초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학교 평가와 인사의 잣대로 삼겠다고 발표한 것도 조급증의 대표적인 사례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취지나 지원효과 발현 시기 등을 고려하면 4~5년 뒤 평가와 인사를 연계하는 게 맞지만 현 정부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 때문에 불합리한 결정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대학총장과의 간담회에서 "디지털 시대에는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개혁의 속도를 높일 수 있고 빠르게 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교육정책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것이 정석이다.

교육단체의 한 관계자는 "비교육전문가의 과잉충성이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데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몫"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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