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위원장이 '총대'를 멘 이유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9.04.29 17:25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갑자기 '이슈메이커'로 떠올랐다. 학원제재, 입시제도 개혁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서다. 교육개혁이 핵심업무가 아닌 미래기획위원장이 왜 교육정책 입안의 전면에 나섰을까.

◇정권실세, 관료불신 여전 = 교과부 한 관계자는 곽승준 위원장의 최근 움직임을 보며 "차관으로 오기 전 이주호 의원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책에 대한 확고한 신념, 관료에 대한 불신, 강력한 업무추진 스타일 등이 '닮은꼴'이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곽 위원장과 'DNA'가 거의 똑같은 이주호 차관이 교과부에 입성해 있으니 굳이 곽 위원장이 나설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곽 위원장이 '총대'를 멨다는 것은 뭔가 교육개혁이 집권세력의 뜻대로 추진되고 있지 않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곽승준 위원장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년간 교육개혁이 후퇴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원인으로는 교육관료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결국 안병만 교과부 장관을 위시한 교육 관료 그룹에 대한 불신으로 볼 수 있다. 안 장관을 인정한다면 곽 위원장의 돌출행동은 발생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미래기획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개혁을 입안한 이들이 보기에 안병만 장관은 아군인지 적군인지 여전히 헷갈리는 상황"이라며 "이는 정진곤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곽승준-이주호, 사전교감 있었나 = 이런 시각에서 보면 안 장관과 정 수석은 개혁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된다. 여기에 이주호 차관까지 곽 위원장의 움직임에 동조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장관과 차관이 갈등, 반목하는 상황에서 교육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런 시각에 대해 '오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주호 차관과 곽 위원장이 사전에 기획해서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차관의 측근도 "당정청이 협의, 검토중인 과정에 일어난 우발적 사고"라며 "상당히 난처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우발적 사고'로 규정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정권실세 그룹과 교육관료 그룹간 갈등이 지속되면 정책은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 당장 수능 과목수 축소 문제만 해도 오랜 논의 끝에 1과목 축소로 정리됐다가 미래위 발로 다시 '2과목 축소' 얘기가 흘러 나와 교육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정작 교과부 담당 공무원은 내용을 모르고 있다.

◇대통령, 어느쪽에 힘 실을까 = 안 장관은 한나라당 의원모임에서 "(곽 위원장이) 앞으로 자제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그럴 지는 미지수다. 교과부 공무원들은 정권 실세의 말에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을까 전전긍긍하고 있고, 곽 위원장은 "싸우다 전사해도 좋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갈등 국면 해소는 대통령이 어느 쪽에 힘을 싣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실세그룹에 힘이 실리면 개혁 속도는 빨라지겠지만 정책의 일관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반대로 관료그룹에 힘이 실리면 정책은 안정적으로 추진되겠지만 획기적인 개혁은 기대하기 어렵다.

교과부 한 관계자는 "장관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곽 위원장의 움직임에 제동을 건 만큼 갈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다만 과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오히려 정권실세에 더 힘이 실린 것을 많이 봐 와서 걱정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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