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휩쓰는 'SI 충격파' 어디까지?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 2009.04.29 17:09
돼지 인플루엔자(SI)의 공포가 공중보건은 물론 세계 경제에까지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되면서,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지 세계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고나면 피해자 늘어…WHO 전염병 경보단계 격상 가능성
29일 현재 멕시코 정부 집계 SI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159명으로 늘었고 감염의심 환자는 2500여 명에 달한다. 미국 6개주에서 확인된 SI 감염자도 65명으로 하루 새 두 배 가량 늘었다. 각국에서 속속 감염자가 등장하며 세계 6대주 중 아프리카만을 제외한 5대주에서 발병했다.

미국내 감염자중 일부는 멕시코 인근에도 안 간 것으로 나타났다. 인체간 감염이 확인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북미 이외의 지역에서 인체간 2차 감염 사실이 확인될 경우 총 6단계로 구분하는 전염병 경보 수준을 현 4단계에서 5단계로 격상시킬 가능성이 높다.

최종 6단계인 전세계적 대유행병 '판데믹'(pandemic)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1968년 홍콩독감, 5000만 명이 희생된 1918년 스페인독감과 같은 피해도 우려되지만, 전문가들은 기존 백신으로는 예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WHO도 사실상 전염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보고 국경봉쇄, 여행금지 등의 조치를 자제해 달라고 각국 정부에 권고하는 상황이다.

◇뉴욕' 제2의 멕시코' 우려.. 美 첫 사망자 가능성도
세계 각국은 공항의 검역을 강화하고 SI 발생 지역으로의 여행 자제 지침을 내리는 등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예방은 불가능하지만 증상 완화에는 도움이 되는 백신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정부가 북미 지역에서 살아있는 돼지 수입을 금지한 것을 비롯해 중국, 필리핀, 태국, 아랍에미리트 등 각국 정부가 북미 지역에서 식품 수입을 중단하고 있다. 러시아는 28일 캘리포니아 등 미국 5개주와 멕시코로부터 돼지, 소, 닭 등 육류 일체의 수입을 금지시켰다.

대만은 멕시코를 여행 금지 지역으로 지정했고 유럽연합(EU)은 주민들에게 SI 발생 지역으로의 여행을 자제하라고 경고해 미국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미국은 멕시코에 이어 제2의 SI 발병국이라는 낙인이 찍힌 데다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도 커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감염자가 집중된 뉴욕이 '제 2의 멕시코'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된다. 이와함께 입원중인 5명의 환자중 첫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미 보건당국은 전망했다.

또 미 상원은 28일 캐슬린 세벨리우스 캔자스주지사의 보건 장관 인준을 서둘러 처리했다. 세벨리우스 지명자는 탈세 등 의혹이 불거지면서 상원 인준이 지연돼왔다.

그러나 SI 확산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보건당국의 수장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28일 무리 없이 의회의 인준을 받게 됐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SI 확산 방지를 위해 15억달러의 추가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우리 돈으로 2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마련해 백신을 대규모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피해 전망 '끔찍'…세계경제 3조달러 피해·日 GDP 2%↓
SI의 확산이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충격적인 분석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겨우 금융위기를 지나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세계 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전세계적인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경우 3조달러의 피해를 입히고 세계 GDP의 5%를 깎아먹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I가 발병한 미국, 멕시코뿐만 아니라 일본 경제도 SI로 큰 충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바클레이캐피탈의 분석에 따르면 대미 무역의존도가 높은 일본은 SI로 미국의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GDP가 2% 가까이 위축될 수 있다.

토요타, 소니 등 수출 대기업들이 SI의 피해로 실적이 악화되고 다시 국내 실업이 증가하면서 경기침체가 심화되는 악순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항공·여행업 '직격탄'…백신업계 수혜
당장 SI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항공, 여행업계로 직결된다. 여행객들은 SI 발병 지역으로의 여행을 꺼리게 되고 기업들은 출장 등을 줄일 전망이다.

토요타, 혼다, 도쿄해상홀딩스 등 일본 대기업들은 직원들에게 해외 출장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토츄상사, 마루베니 등 일부 기업은 '전면 출장 금지'를 지시했다. TV, 인터넷을 통한 화상회의로 출장을 대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항공(JAL)의 도쿄-멕시코편 좌석예약은 며칠 새 10% 이상 취소됐다. 여행업계는 북미 지역 여행상품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여행, 항공업의 피해는 유류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유가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돼지(hogs) 가격이 2개월래 최저가로 급락하는 등 미국, 멕시코의 양돈 사업이 위축될 전망이다.

반면 로쉐홀딩스, 길리어드,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바이오타 등 제약사들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이들이 생산하는 타미플루, 리렌자 등의 백신이 SI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노피 파스퇴르, 글락소, 노바티스, 백스터 등은 SI 백신 개발에 착수해 수개월 내에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들 업체도 'SI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멕시코 페소화 급등…SI 피해 진정 가능성도
한편 SI 피해가 조기에 진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멕시코에서 심각한 피해를 낳고 있지만 아직 다른 지역에서는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로이터통신은 WHO 관계자를 인용해 SI가 '판데믹'으로 번져 전세계에서 유행할 가능성이 있지만 증상과 피해는 경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5명이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으나 나머지 감염자들의 증상은 비교적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SI 사태가 진정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발병 근원지인 멕시코의 페소화는 급락세를 벗어났다. 28일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와 각국 정부의 발 빠른 대응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페소화가 반등했다.

이날 멕시코시티 외환시장에서 페소/달러 환율은 13.8640달러로 전일 대비 0.58% 하락했다. 전날 페소화 가치는 4% 가량 하락하며 6개월래 최저가를 기록했지만 이날 반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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