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이 열린다… 해운강국 도약 기회?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기성훈 기자 | 2009.04.30 08:48
- 빠르면 2013년부터 여름 동안 북극 얼음 사라져
- 네덜란드서 한국까지 항해시간, 24일→14일로 짧아져
- 부산항 최대 수혜··북극항로 환적항으로 유망


▲출처: 구글 어쓰(Google Earth)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의 얼음이 기존 학계의 예상보다 빠르게 녹기 시작하면서 북극항로 개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극항로가 열릴 경우 부산항이 상하이, 싱가포르를 일부 대체하는 핵심 환적 항으로 떠오를 뿐 아니라 국내 조선, 해운업계도 새로운 '블루오션'을 맞이할 수 있다.

2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캐나다 라발대 북극연구소는 2013년 여름 동안 북극의 빙산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캐나다 앨버타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북극 빙하의 두께는 2002∼2007년 6년간 절반으로 줄었다.

1990년대까지도 북극의 빙하는 2100년은 돼야 하절기 동안 사라진다는 것이 정설이었으나 최근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예상 시점이 갈수록 단축되고 있다. 현재 해양 전문가들은 늦어도 2030년쯤에는 여름 동안 북극해의 얼음이 사라지고, 2050년쯤에는 연중 북극항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박이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과 한국을 오갈 경우 운항시간은 지금의 60% 수준으로 단축된다. 지금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부산까지 갈 경우 지브롤터해협, 수에즈운하, 말라카해협을 거쳐 총 24일이 걸린다. 반면 북극항로를 거치면 14일이면 닿는다.


지금도 베링 해협을 거쳐 대서양으로 나가는 북극 북서항로의 경우 여름철에 1년에 20∼30척의 선박이 다니고 있다. 유럽과 극동을 잇는 북극 북동항로의 경우에도 독일 해운사인 벨루가그룹이 올 여름부터 상업용 선박의 운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는 북극 북동항로 설정 과정에서 한국 측의 입장을 반영시키기 위해 지난해 4월 북극 이사회에 '참관자'(옵저버) 자격을 신청했다. 현재 북극 이사회는 미국, 캐나다, 러시아,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 8개국으로 이뤄져 있다.

북극항로가 본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할 경우 최대 수혜자는 부산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북극항로가 열릴 경우 지리적 위치와 물동량을 볼 때 부산항이 환적 항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싱가포르항, 상하이항, 홍콩항, 선전항에 이어 세계 5위다.

이 관계자는 "북극항로가 뚫리더라도 당분간은 유빙의 위험성 등 때문에 대형 선박보다는 2000TEU급(1TEU=20피트 짜리 컨테이너 1개) 이하의 소형 선박이 주로 이용할 것"이라며 "이 경우 대형 선박을 주로 취급하는 상하이보다 부산이 주요 환적물량을 유치하기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디드릭 톤셋 주한 노르웨이 대사도 지난 3월 부산항만공사(BPA)를 방문, "북극항로 개척으로 부산항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운업계도 수혜가 예상된다. 유럽과 동북아를 잇는 북극항로가 개척될 경우 기존 주간선 항로(수에즈운하-말라카해협)에서 그리스, 노르웨이, 일본 해운사에 밀려 확보하지 못한 해운 물량들을 새롭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국내 조선업계 역시 북극항로를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북극항로가 열리더라도 여전히 떠다니는 얼음(유빙)이 많아 얼음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내빙선 또는 얼음을 부술 수 있는 쇄빙선이 있어야만 북극항로의 운항이 가능하다. 내빙선의 경우 일반 선박에 비해 가격이 20∼30% 높아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통한다. STX유럽의 경우는 쇄빙선에 대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북극항로는 운항거리 및 운항시간 단축 등에 있어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다만 고가의 내빙선 등이 필요하고, 운항 시 보험료가 높다는 점 등 해결해야 할 점이 많은 만큼 장기적으로 정부 차원의 치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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