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한컴·핸디 '다른 행보'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 2009.04.30 07:00

주인바뀌는 1세대 SW 간판기업...향후 행보 크게 엇갈릴 듯

국내 대표적인 1세대 소프트웨어(SW) 벤처기업 한글과컴퓨터핸디소프트. 90년대 스타벤처로 출발했다는 점과 굴곡의 세월을 거치면서도 지금까지 한국 SW산업을 대표하는 간판기업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여기에 올해 공통점이 더 늘었다. 두 회사 모두 주인이 바뀌었다는 점이 그렇다. 그러나 주인 바뀐 두 회사의 속내는 사뭇 달라보인다.

◇주인바뀌는 간판 SW기업들

핸디소프트의 주인은 최근에 오리엔탈리소스로 바뀌었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안영경 회장이 자신의 지분 712만주와 경영권을 모두 오리엔탈리소스에 넘긴 것이다. 안 회장의 지분매각이 워낙 급작스러운데다, 인수업체가 워낙 생소해서 현재 임직원들의 동요가 적지않다.

매각 발표와 함께 황의관 대표는 사임했고, 안 회장이 임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핸디의 지분 29.9%를 확보한 오리엔탈리소스는 오는 6월 주주총회를 소집해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할 계획이다.

한글과컴퓨터도 5월쯤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될 전망이다. 한컴 지분 총 29.34%를 확보한 프라임그룹의 지분 매각 작업이 막바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초기 누리텔레콤 등 일부업체와의 비공개 협상에서 최근 경쟁입찰로 전환한 프라임그룹의 지분매각 협상에는 현재 대기업을 포함한 상당수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르면 내달 중순쯤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될 전망이다.

◇엇갈린 운명

하지만 새로운 주인을 맞는 두 회사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핸디소프트는 최악의 국면에서, 한컴은 최상의 국면에 최대주주 교체작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핸디소프트는 지난해 14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경기침체로 인해 공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핸디소프트는 공공기관 그룹웨어 시장의 85%를 장악할 정도로 공공사업 매출 비중이 높다. 일각에선 MB정권의 'IT홀대' 정책에 따른 첫 희생양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적부진의 본질적인 문제는 성장동력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점에 달한 국내 그룹웨어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 투자와 업무프로세스관리(BPM) 등 다른 기업용 SW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녹록치 않았다.

실제 핸디소프트는 지난 5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자구책 차원에서 핸디소프트는 지난해말 두차례에 걸쳐 인력조정을 하고, 올해는 사옥매각까지 추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벗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결국 핸디소프트는 마지막 카드로 회사를 팔았던 것이다.

핸디소프트측은 "기존사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벌써부터 주택분양, 바이오 에너지 개발, 게임사업 등 기존사업보다 신규사업쪽으로 투자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 주인이 핸디소프트를 통해 우회상장을 한 후에 SW사업을 매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핸디소프트에 비해 주인이 바뀐다고 하는 한컴은 한결 느긋한 분위기다. 한때 주주간의 잦은 다툼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한컴은 지난 2003년 프라임그룹에 인수되면서부터 6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뤘다. 경영권 분쟁으로 만신창이가 됐던 회사가 알짜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주인이 바뀐 다음부터 오히려 견조하게 성장해온 탓일까. 한컴은 대주주가 교체돼야 하는 불투명한 경영상황인데 불구하고 올 1분기동안 전년동기보다 매출이 7% 늘어난 110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무려 22% 늘어난 2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27%로 늘어났을 정도다.

한컴의 이같은 성장은 무엇보다 부실사업을 과감히 털어내고 오픈소스 SW 등 성장동력 사업을 적극 발굴한 덕분이다. 물론 한컴의 핵심사업인 아래아한글과 오피스 부문이 그룹웨어 등 다른 기업용 SW와 달리 매년 10% 가량 지속적으로 성장한 것도 도움이 컸다. 이 때문에 최대주주 교체 이후에도 한컴의 고유사업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잘하는' 사업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서 성공한 한컴과 기존사업보다 새로운 사업으로 영역확대를 꾀하려는 핸디소프트. 한국SW산업의 양대축 역할을 했던 두 기업의 2년 후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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