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사태로 한국 경제 '독감' 걸릴라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09.04.29 17:32
-세계경제 위축, 수출 둔화 불가피
-최대소비시장인 미국에 번지면 사스이상 타격도 가능
-2003년 사스로 성장률 0.3%포인트 하락


돼지 인플루엔자(SI)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개선 조짐이 나타났던 한국경제도 '독감' 경보가 울렸다. SI로 세계무역이 위축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SI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으로 번지면 2003년 사스(SARS) 여파로 성장률이 떨어진 것 이상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SI가 전세계 경제에 미칠 비용 부담이 최대 3조달러(약 400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5%가 잠식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경제가 둔화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세계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경제 성장률은 0.6~0.8%포인트 하락한다. 세계은행의 분석대로 세계 성장률이 5%포인트 하락하면 한국경제는 최대 4%포인트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셈이다.

전염병 공포가 확산되면 교역 규모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교역과 투자가 급감하면 회복 조짐을 보이는 수출 전선에도 균열이 불가피하다.


임나라 한화증권 연구원은 "SI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 여행 및 무역이 위축됨에 따라 국내외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2002년말 발생한 사스 이상의 악영향을 우려하기도 했다. 사스는 동남 아시아에 국한돼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SI가 미국으로 번지면 경제에도 대재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스가 세계경제의 변두리인 동남아시아에 영향을 미쳤다면 SI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의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SI가 장기화되면 한국경제는 사스 때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스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인 2003년 5월 한국은행은 사스요인만으로 성장률이 0.3%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사스가 성장률을 0.2%포인트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은 사스 여파로 2002년 7%에 달했던 성장률이 2003년 3.1%로 떨어졌다.

정부 역시 SI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식경제부가 전날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도 SI 확산으로 교역과 투자가 위축될 것을 대비한 선제적 조치다.

정부 관계자는 “SI가 장기화되면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사스때도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며 “아직 영향 정도를 예단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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