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 비밀은 '요금구조'

머니투데이 최명용 기자 | 2009.04.30 09:20

[물쓰듯 에너지 펑펑 쓰는 한국]145원짜리 111원에 공급

빵은 밀가루를 가공해 만든다. 물을 넣어 반죽을 하고 모양을 내 오븐에 구워낸다. 밀가루 값이 500원이면 빵 값은 최소한 500원보다는 비싸야 한다. 밀가루 값이 500원인데 빵을 300원에 판다면 그 빵가게는 오래지 않아 망한다.

한국의 전기요금이 밀가루를 500원에 사서 빵을 만들어 300원에 파는 것과 똑같은 구조다. 원재료인 석유나 석탄보다 이를 가공해 생산한 전기가 더 싸다. 석유와 가스는 시장가격에 따라 움직이는데 전기요금은 인위적으로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의 재무상황이 심각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 전체로도 심각한 에너지 낭비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석유나 가스를 직접 써도 되는 용도에 전기를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이같은 전기 수요를 대기 위해 석유와 가스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전기를 파니 한국전력의 재무상황은 악화되고 투자 여력을 잃어간다.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하지 못해 국제 유가 변동에 취약하게 움직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원가 반영못하는 전기요금=2002~2008년 등유와 경유 가격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각각 123.6%와 138.1%씩 올랐다. 등유는 2002년 리터당 554원에서 2008년 1239원까지 올랐고 경유는 678원에서 1614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전기요금은 KWh 당 84.66원에서 89.55원으로 단 5.8%가 인상됐다.

2002년부터 6년간 등유와 경유의 연간 소비는 각각 52.7%, 9.8% 감소했다. 요금이 오르니 소비가 줄어드는게 당연하다. 반면 전력 소비는 38.3%나 증가했다. 전기요금이 원가를 반영하지 못할 만큼 싸졌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총 6가지로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심야전기 △가로등용으로 나뉜다. 지난해 각종 지표를 기준으로 등유를 전력으로 환산할 경우 단가는 KW당 145.44원이 된다. 그러나 주택용 전기요금은 평균 130.72원에 공급됐다. 일반용은 111.16원, 산업용은 80.5원이다. 농사용은 48.19원, 심야전기는 51.95원으로 원가의 절반도 반영하지 못했다.

◇전기 낭비로 연간 9000억원 손실=한국의 전기 소비는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많다. 1인당 연간 전력 소비량은 한국이 7607kWh로 일본 7372kWh보다 많다. 국내총생산(GDP)은 일본의 절반이지만 에너지 소비는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GDP 대비 평균 1인당 전력 소비량을 100으로 할 때 한국은 171로 1.7배나 많다. 일본은 OECD 평균 대비 61% 정도, 프랑스는 97% 수준이다.


한국전력은 비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으로 연간 9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2차 에너지인 전기로 단순 난방과 열조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간접 피해는 천문학적 수준=한국전력은 올 1분기 1조7600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급등한 유가와 유연탄 값을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지난해에도 영업손실은 3조6592억원에 달했다.

재무상황이 악화되면서 한국전력의 신용등급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신용등급이 A1에서 A2로 낮아졌다. 신용등급이 덜어지면 자금을 조달할 때 더 높은 이자를 내야 한다. 이 결과 연간 금융비용은 600억원 추가로 발생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한전의 설비투자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당장 올해 수선 유지비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발전 설비와 송배전 시설의 낙후로 국가 상장잠재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한전 관계자는 "경영적자 누적으로 신인도 하락과 자원개발부진과 투자 위축이 계속되면 결국 국가 경제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게 된다"며 "천문학적인 수준의 국가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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