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의 '메카' 대검 중수부(이인규 검사장)와 '승부사'로 불려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결이 30일 오후 2시부터 대검찰청 1120호 특별조사실에서 시작된다.
칼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은 방패를 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신문하면서 얻어낼 '성과물'에 따라 승패는 결정될 예정이다.
盧 향해 4개월 달려온 수사=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지난달 14일 본격화됐다.
곧바로 노 전 대통령이 수사의 '종착지'라는 사실이 공식화됐지만 지난해 말 노건평씨 수사에서 '노 전 대통령과 박연차 커넥션'의 징후는 상당부분 포착된 것으로 보인다.
건평씨를 사법처리한 수사팀이 노 전 대통령 의혹을 올해 2월 꾸려진 새 수사팀에게 넘긴 것이다. 건평씨와 박 회장은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최소한 이 때부터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망에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돈을 줬다는 구체적 진술 역시 박 회장 구속 직후 확보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철통보안 속에 4개월여 동안 노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가 진행된 것이다. 이제 노 전 대통령 직접조사라는 마지막 승부만 남겨두고 있다.
승부처는 두 곳=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 자금 600만 달러 등 의혹의 돈거래에 관련돼 있다는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로서는, 구속 또는 재판에서의 유죄 선고가 '승리 공식'이 된다.
바꿔 말해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거나 무죄로 판단하면 노 전 대통령 승리다. 승부처가 두 곳에 있는 셈인데 '불구속 기소'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장 기각은 통상 검찰의 패배로 인식된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할지 불구속기소할지를 노 전 대통령 조사 후 수사팀과 수뇌부 의견 등을 수렴, 결정하기로 하는 등 신중 행보를 거듭하는 것은 이번 사건이 어느 한쪽에게 치명상이 될 수밖에 없음을 반증한다.
신문조서 작성이 시작되면 검찰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히든카드'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관련성을 결정적으로 입증할 정황증거일텐데 통화내역, 관련자들의 청와대 출입 및 보고 내역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시인 또는 진술의 모순점을 찾아내면 검찰은 영장 청구라는 정면승부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 영장 청구 여부를 통해 특별조사실에서의 수 싸움이 어느 쪽에 유리하게 전개됐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 여부는 수사팀과 수뇌부의 의견조율을 거쳐 5월 둘째 주 중반쯤이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영장을 청구하면 영장심사를 거쳐 1~2일 안에 구속 여부가 결정되고 불구속 기소할 경우 1심 법원의 선고는 기소 후 3개월 안에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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