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쓰는 기업들 "어떡해"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9.04.30 09:56

불법 사금융 대책 실효성 없고 더욱 음성화 우려

금융당국과 한나라당이 불법사채 근절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사채시장 이용자들은 실효성에 고개를 젓는다. 특히 사채시장을 자주 찾는 중소기업은 이번 대책이 개인들로 한정된 만큼 보다 포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기, 시장 평판 하락 우려=금융위원회는 지난 28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불법 사금융 피해방지 대책'에서 보상금 제도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대부업자를 신고하면 돈을 준다는 것으로 일종의 '현상금'이자 '포상금'이다. 상한선은 최고 1000만원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 대책이 개인이용자에게 쏠려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채시장은 크게 기업대출과 개인대출로 양분되는데, 이 대책은 일회성 개인 사채이용자에게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명동 사채시장의 경우 일반적으로 대출건수는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로 높으나 취급액으로 보면 기업대출이 70%로 압도적이다.

상당수 중소기업은 사채시장에서 어음할인 등의 방식으로 단기 유동성을 공급받는데, 이 과정에서 불법이자나 가혹한 추심 등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신고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채시장에는 나름의 기업신용도와 평판 등이 형성돼 있어 사채업자를 감독기관에 신고한 기업이라는 소문이 날 경우 사채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급히 상환해야 하는 채무가 있거나 단기로 투자자금이 필요한 경우 사채시장을 자주 이용한다"며 "사채시장에서 형성된 평판을 무시할 수 없어 신고는 꿈도 꿀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현실적으로 불법이자를 적발해내기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채무자가 채권자의 물품을 구입해주거나 사채업체에 투자하는 방식을 활용하면 단속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사채시장을 이용하면 자금상환의 일환으로 '투자계획서'를 작성하는 일이 흔하다"면서 "원리금 상환방법은 다양한 만큼 규제가 강화되면 돈을 갚는 방법도 복잡해질 뿐"이라고 전했다.


◇"사채시장 더 음성화될 것"=한나라당도 불법사채 예방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자칫 사채시장의 음성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무등록 대부업자의 대출이자율 한도를 20%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대로라면 무등록업체의 이자율이 10%대로 떨어질 수밖에 없어 무등록업자들의 등록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게 고 의원 측 설명이다. 등록업체가 되면 이자율 상한선이 49%로 크게 오른다.

그러나 이 법안이 되레 음성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등록 대부업체 관계자는 "사실 등록업체가 되면 당국의 규제와 단속만 강화될 뿐 별다른 이점이 없다"며 "세제지원과 같은 유인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무등록업자들은 등록업체로 전환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법안보다는 현행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는 게 보다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채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건 허술한 단속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다른 등록업체 관계자는 "등록업체가 될 경우 부실채권을 등록업자에만 매각해야 하는 등 각종 제약이 따른다"며 "개인간 금전거래로 가장하는 등 무등록업자들의 활동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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