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된 교육개혁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9.04.28 17:24
잠시 잠잠하던 교육 현장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돌출 발언으로 다시 술렁이고 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 참에 교육정책 결정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곽승준 위원장 싸우기도 전에 전사? = 곽 위원장은 최근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 금지', '특목고 및 대학 입시제도 개혁' 등 교육 현장에서 매우 민감해 하는 사안들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공식 발표가 아니라 주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그는 교과부 및 한나라당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고 빠르면 2~3주 내에 공식 대책이 나올 것이라며 자신의 발언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러나 정책집행 부서인 교과부는 곽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매우 곤혹스러운 모습을 나타냈다. 실무자 선에서 협의 중인 내용을 곽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공표해 버렸기 때문이다.

곤혹스러워하기는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실도 마찬가지였다. 실무적으로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해도 귀담아 듣지 않아 제어가 안된다는 푸념까지 흘러나왔다.

급기야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27일 "준비절차 없이 성공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곽 위원장이 발언을) 자제할 것으로 믿는다"고 제동을 걸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28일 공식 회의석상에서 "자문기구의 장이 언론에 나와 마치 집행기관인 것처럼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마음대로 얘기해서 교육부와 혼선을 빚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곽 위원장은 "사교육 개혁을 하다 장렬히 전사해도 좋다"며 전의를 불태웠지만 싸우기도 전에 안방 식구들로부터 뭇매를 맞는 꼴이 됐다.


◇"MB 교육개혁, YS가 떠오른다" = 교육계 일각에서는 곽 위원장의 일을 두고 김영삼 정부 시절 교육개혁 추진 과정을 떠올린다.

당시 교육개혁 임무를 맡은 교육개혁위원회는 금융실명제 등 굵직한 개혁안들에 자극을 받아 대학입시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당해년도 대입제도를 긴급조치 형태로 바꾸자는 내용을 담는 등 충분한 검토나 조율 없이 극단적인 대책을 보고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고 조직 자체가 와해될 위기에까지 처했다.

당시 교육개혁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급하게 개혁을 추진했다가 박살이 난 이후 일하는 방식을 '차근차근, 꼼꼼히'로 180도 바꿨다"며 "그 결과 교육사에 길이 남을 '5.31 교육개혁안'이 1995년에 생산됐다"고 회고했다.

◇너도나도 툭툭 치는 '교육개혁' = 교육계 일각에서는 일의 추진방식과 함께 정책결정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교육개혁 추진 주체가 교과부나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실 외에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미래기획위원회 등으로 분산돼 혼선이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곽 위원장의 발언도 엄밀히 따지면 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나오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미래기획위원회의 설립목적은 사회통합, 외교·안보, 환경·에너지, 경제·산업, 소프트파워 분야에서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국가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 한 관계자는 "부처 공무원들의 경우 각종 현안 업무에 매몰돼 장기적인 기획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원회 같은 별도 조직에서 자주 안을 만들어 왔다"며 "그렇더라도 학원 교습 금지 등은 미래기획위가 다루기에는 너무 지엽적인 사안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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