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국에서도 의사환자가 발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멕시코발 돼지 인플루엔자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내에서 돼지 인플루엔자에 관련된 용어가 제각각이어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5일 돼지 인플루엔자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돼지 인플루엔자'를 SI로 지칭하고 있다.
'Swine Influenza'의 약자를 딴 용어다. 'Swine'은 돼지를 일컫는 라틴어다. 농식품부는 '돼지독감'이나 '돼지 인플루엔자'라고 하면 국민들에게 과도한 공포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SI를 사용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부정적인 어감이 양돈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어서 보다 부드러운 SI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염병 예방 및 치료를 맡는 질병관리본부는 SI라는 용어 대신 '돼지 인플루엔자'를 고집하고 있다. SI가 계절 인플루엔자(Seasonal Influenza)와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농식품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돼지 인플루엔자에 대한 용어 통일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면서도 각자 의견을 고집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돼지 인플루엔자 사태를 보도하는 언론에서도 SI와 돼지 인플루엔자, 돼지독감을 혼용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에서 SI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면서 "재차 협의를 벌여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같은 용어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때 '조류독감'으로 불렸던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를 AI로 공식 지칭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용어 정리를 둘러싼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사고 있다.
정부는 2005년 말 문제화된 조류독감이 '제2의 흑사병'으로 불리면서 닭고기 소비가 급감하는 등 양계농가 피해가 막심해지자 'AI'라는 용어로 대신했다. 당시 정부는 언론에도 협조공문을 보내 AI로 써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두 기관 사이의 '용어 갈등'이 풀리지 않자 일각에서는 '멕시코 인플루엔자'나 '북미 인플루엔자'라는 용어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홍콩독감처럼 멕시코에서 발생한 독감이라는 뜻에서 멕시코 인플루엔자로 부를수도 있다"면서 "국제적인 사례를 참고해서 용어를 정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안팎에서는 "SI가 다른 용어와 겹쳐서 사용하지 못한다면 AI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겹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모 전문가는 "AI 사태에 따른 학습효과가 충분함에도 부처간 장벽을 넘어서지 못해 용어 조차도 통일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