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정위 한은법 개정안 살펴보니…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 2009.04.27 18:49

당국 "독립성 포기않고 감독도 하겠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한국은행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드러난 금융·통화 당국간 정보공유 부족과 한은의 역할 미흡이 계기가 됐다. 정작 개정안을 뜯어보면 이런 배경에서 벗어나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한은 독립성 포기하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내놓은 개정안은 한은 설립 목적(제1·4조)으로 현행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을 추가했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은 금융 안정의 최종 책임이 정부에 귀속된다는 원칙에 배치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금융위기시 한은이 정부의 종합적 대응과 별도로 움직일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안정에 대한 시각과 정책대응 방향이 다를 수 있는 탓이다. 영국이 얼마전 영란은행 이사회 의장 지명자를 영란은행 총재에서 재무부장관으로 바꾼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한은법 개정안이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물가안정 기능을 위해 존중되는 개념인데, 효과적인 금융안정 기능과는 양립할 수 없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실제 영국 외에는 중앙은행의 설립목적에 금융안정 기능을 부여한 국가가 없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안정 기능을 수행하려면 정부와 공조하는 것이 불가피해지는데 이는 한은이 독립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의미"며 "한은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적고, 이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감독권을 갖겠다고…" = 당국은 한은에 사실상 감독권을 부여하는 개정안 81조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조항은 한은이 지급결제제도 운영기관 및 참가기관에 대해 지급결제 자료를 요구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서면 및 실지조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은은 지급결제제도 참여기관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시정을 지시할 수 있다. 시정 조치를 받은 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즉시 이행해야 한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한은이 운영하는 결제시스템에 참여하는 금융기관 외에도 증권·보험·신협·새마을금고 등 2000여개 기관에 대한 광범위한 검사권과 함께 시정권한도 갖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특히 한은이 금융기관 조사 결과를 금융위에 통보, 금융위가 필요한 시정조치를 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르도록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은은 통화신용정책 수립과 지급결제시스템 안정을 위한 정보취득을 법 개정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겉포장일 뿐 실제로는 통합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과 대등한 수준의 감독·검사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보공유 한계 어디까지= 한은은 이미 금융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수단을 갖고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아울러 중복검사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담 증가는 차치하더라도 행정권이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하는 만큼 한은에 실지조사권을 부여하면 위헌소지도 있다고 주장한다.

통합감독기구를 운영하는 국가에서 중앙은행과 공동검사를 하고 자료까지 주는 곳은 한국 밖에 없다. 한은 부총재는 금융위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정보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금감원 뿐 아니라 한은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과 한은이 맺고 있는 정보교류 양해각서(MOU)도 그간 수없이 싸워오면서 이 만큼 진전된 것"이라며 "정보공유가 안되면 MOU를 개선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금융행정 체계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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