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언론 호들갑 'AI의 추억'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 2009.04.28 08:57
지난 주말 멕시코에서 '돼지독감'(돼지인플루엔자, SI)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발원지인 멕시코에선 돼지독감에 따른 사망자만 100명이 넘었다.

이웃나라 미국과 캐나다에도 감염자가 생겼다고 하고 남미,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의심환자가 속속 보고 되는 등 무서운(?) 뉴스가 여러 매체를 통해 쏟아졌다.

기자가 지난 주말 대형마트의 돼지고기 판매량을 점검한 결과,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의연했다. 전국 122개 이마트 매장을 운영 중인 신세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25일~26일) 이틀간 돈육 매출은 전주보다 8.7% 증가했다.

한 대형 마트의 축산담당 상품기획자(MD)는 "일부 고객들이 국내산이 맞냐고 확인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돼지고기 구입을 기피하는 고객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정부 발표에 따르면 SI는 돼지고기로는 감염되지 않으며, 돼지고기를 익혀 먹기만 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71℃ 이상 가열하면 사멸된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선 앞으로 벌어질 상황 변화뿐 아니라 특히 언론 보도에 민감하게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과거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을 때 경우만 보더라도 돈육업계의 이 같은 반응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지난해 4월 전라도에 이어 5월 초 서울에서도 AI가 발생하자 '서울 뚫렸다', 'AI 서울상륙' 등 자극적인 기사들이 연일 쏟아져 나왔다.

이에 따라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닭고기 업계는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2003년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당시에 이미 선정적인 보도로 관련 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었는데도 언론 보도는 당시보다 나아진 게 별로 없었다.

"언론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과거 조류 독감 때처럼 공포분위기가 조장되고 확산돼서는 안 됩니다. 기사 잘 좀 써주세요." 한 축산담당 MD의 조심스런 당부가 기자에게 정말로 무겁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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