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드라마' 전락한 한은법 개정 논란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김지민 기자 | 2009.04.27 17:57

지엽적인 문제에 매몰..과거 앙금 되새김질

-한은 대 재정부 금융위 금감원...한나라당 내에서도 의견 맞서
-글로벌 위기 극복 위한 논의는 실종

27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은 한 편의 '쇼'였다. 전선은 한국은행 대 기획재정부·융위원회·금융감독원 사이에 형성됐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세 부처 수장에 둘러싸여 1대 3이라는 수적 열세 속에서 고전했다.

이 가운데 한은법 개정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초점은 흐려지고 과거에 있었던 지엽적인 문제를 놓고 '앙금'이 되새김질됐다.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각 부처의 노력 속에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심각한 논의는 뒷전이었다. 부처간, 의원간 의견이 팽팽히 맞선 채 타협과 절충은 실종됐다. 이런 점에서 표현의 수위는 완곡했지만 `막장 드라마'와 닮은 점이 있었다.

◇개정 필요한가= 한은을 제외한 다른 세 기관은 '한은법 개정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한은 설립 목적에 금융 안정 기능을 추가하는 문제에 대해 "위기 극복과 관련한 시장 안정 역할은 균형 있는 시스템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 한은법을 개정하면 자칫 새로운 '왜곡'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금융기관 조사권을 강화하는 문제와 관련해선 "한은의 정보참여권 등은 광범위하게 보장돼 있는데 한은의 보수적인 행태 등이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정보 공유와 조사는 현행 법에서도 (한은이)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세계 어느 나라도 이를 개정한 곳이 없는 만큼 급히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법 개정을 찬성하는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감독 중복 등으로 인한 금융기관의 비용 증가보다 반복적인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어떻게 차단하고 극복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금융감독 수요자에 대한 배려보다 국가의 시스템 리스크 문제가 더 크다"고 꼬집었다.


또 "미국 하원에서도 중앙은행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현 통합 감독 모델을 복수 감독 모델로 가면 위기 반복 발생과 그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은 조사권 논란= 이날 논란의 핵심은 '현재 한은이 갖고 있는 공동 검사권의 유효성'이었다. 진동수 위원장은 "개정안을 보면 조사권과 관련한 상황 판단을 한은이 하게돼 있고 (문제 발생시) 금융위에 시정 조치를 요구하면 이에 응하도록 돼 있다"며 "이는 검사권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한은은 금감원에서 주는 자료가 미흡하다고 말하지만 금감원은 한은이 요구한 것의 79%를 주고 있고 한은은 금감원 요구의 67%만 줬다"며 "2002년에 정보 제공을 불허한 적이 있지만 그 해에는 유난히 공동검사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성태 총재는 이에 대해 "그 땐 금감원 검사 계획 자체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과거 공동검사를 보면 한은이 요구해 이뤄졌던 것은 거의 없고 금감원이 가면 한은이 따라가는 형태였다"고 지적했다. 검사 여부를 금감원이 전적으로 결정하고 한은의 자체 역할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또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한은이 금감원에 유동성 점검을 요구했는데 수용되지 않았다"며 "하반기 금융위기 중에 7개 요구 대상을 제출했는데 3개 은행을 집단 취소해서 못했는데 사정이 악화되니 11월에 뒤늦게 내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중에 요구받은 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고 한은 관계자는 "요구했는데 금감원 쪽에서 인력, 상황 등이 여의치 않다며 '거론하지 말자'고 했다"고 맞섰다. 듣고 있던 이 총재는 "서로 말이 다른데 이는 단적인 사례에 불과하다"며 "금융위기 상황에서 이런 일이 어떻게 반복되지 않도록 할지 국민이 어떻게 확신을 가질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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