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심상찮은 기관의 매도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9.04.27 17:00

16일간 5.1조원 순매도..."경기회복 확신 없는것"주장도

기관투자가의 매도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기관은 27일 코스피시장에서 3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난 6일 이후 1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16거래일 연속 순매도는 2001년 10월4~30일의 20거래일 연속 매도우위 이후 최다 기록이다. 이와 함께 기관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월3~20일까지 16거래일 연속 순매도와 타이를 이뤘다.

최근 기관은 IT버블 붕괴 이후와 외환위기 초입과 같은 수준의 매도세를 나타내며 '팔자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16거래일간 기관의 코스피시장에서 순매도액은 5조1754억원에 달했다. 매도 금액으로는 한국거래소가 기관 순매수액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8년 1월20일 이후 최대 규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의 코스피시장에서 앞선 최대 순매도액은 1999년 12월17일~2001년 1월6일까지 11거래일간 매도우위를 이어갈 당시 2조5832억이었다. 최근 기관은 코스피시장에서 앞선 최대 순매도액을 배 이상 기록하며 증시에서 고속탈출을 감행하는 셈이다.

기관이 매도를 시작한 지난 6일은 코스피지수가 장중 1300선을 넘은 시점이다. 지난 6일 지수는 장중 1315.30을 찍으며 1300선을 회복했다. 이후 개인과 외국인이 매수에 가담한 반면 기관은 1300선에 안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증시에서 이탈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관 매도행진은 투신과 연기금이 선봉에 서고 있다. 투신은 지난 6일 이후 3조5488억원을 순매도했다. 연기금도 같은 기간 1조8129억원의 매도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이어 은행(4309억원)과 사모펀드(2192억원)도 만만치 않은 순매도를 보이는 상태다. 증권(1조1972억원)만이 순매수를 유지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관의 매도공세에 대해 투신의 경우는 환매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사모펀드의 설정액이 급감하는 점에 비춰보면 개인보다 연기금같은 기관들이 환매를 주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공모펀드의 주식편입비중은 연초 91.02%에서 94.18%로 3.16%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사모펀드는 89.57%에서 85.04%로 4.53%p 낮아졌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연구원은 "연초이후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이탈은 개인이 아닌 기관들이 핵심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도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증시가 급락하던 10월 이후 평균 1200선에서 매수에 나섰던 국민연금이 증시가 올들어 반등하면서 차익실현에 적극적이라는 해석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펀드 환매도 기관 매도의 주요 요인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기관은 향후 경제상황의 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듯 하다"며 "일단 현금을 확보하고 지수가 하락한 뒤 증시에 재진입할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들어 증시는 펀더멘털에 의해 끌어올려진 것이 아니라 철저히 유동성 등 모멘텀 관점에서 주도된 측면이 크다"며 "성장률 마이너스를 이어가는 한국과 미국의 경제가 단기간에 V자형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낮다"고 말했다.

일부 지표가 회복기미는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소비가 급격한 회복세를 나타내기 힘든 마당에 모멘텀이 약해진 향후 증시 여건은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펀더멘털의 개선 속도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현재 코스피지수는 정점을 지나거나 고점에 육박한 상태"라며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분위기에 휩쓸려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아닌 지 한번쯤 생각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