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를 보는 외국계 "호평 속 가시"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09.04.27 16:18
한국의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플러스 0.1%로 집계됐다는 한국은행의 발표 이후 경기 논란이 분분하다.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분기로 마감하고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인지, 지난 1분기 성장률이 단순한 착시현상인지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

 ◇외국계 투자은행, 성장률 전망치 상향 러시=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도이치뱅크, 크레디트스위스(CS)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27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하며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3.0%로 올렸다. 효율적인 경기부양책과 수출 회복 전망을 전망치 상향의 근거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성장률 전망치를 -1%에서 -4.5%로 대폭 낮춘 뒤 한달 여만에 다시 -3.0%로 소폭 올렸다. 아울러 내년 전망치도 2.8%에서 2.9%로 높였다.

 메릴린치도 한국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3.0%로 올렸다. 메릴린치는 정부 지출 확대와 개인소비의 일부 회복에 따라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플러스로 돌아선 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도이치뱅크 역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5.0%에서 -2.9%로 상향했다. 1분기 성장률 개선과 정부의 추경예산 집행에 따른 효과가 감안됐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재고 조정 마무리에 따라 회복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1%에서 -2.7%로 높였다.

 이에 앞서 UBS는 지난 24일 소비와 무역수지 개선을 근거로 올 전망치를 -5.0%에서 -3.4%로 올렸고 씨티그룹은 지난 22일 전망치를 -4.8%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노무라는 올 1분기 성장률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 7일 이미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에서 -4%로 높였다.

 이 같은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4%보다는 대체로 높은 편이지만 정부(-2.0%)나 한국은행(-2.4%), 국내 민간연구소(-2.1~-2.4%) 등 국내 전망치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시각이 좀더 긍정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 전망보다는 보수적인 셈이다.

 ◇"한국의 성장률 놀랍긴 하지만…"=올 1분기 성장률이 발표된 이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이 경기침체의 늪에 빠지는 것을 가까스로 모면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유력 외신도 호의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뜯어 보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WSJ은 27일 분석기사에서 한국 경제가 침체는 피했지만 여전히 취약한 기초 위에 서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급감했던 소비가 기저효과로 반등했지만 지속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감원이 감산보다 6개월 정도 후에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업도 아직 최악의 고비를 맞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가계부채 등과 같은 리스크 요인이 여전하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FT는 렉스 칼럼에서 한국 경제가 기술적으로 침체를 피하긴 했지만 아직 축하하기는 이르다고 논평했다.


GDP가 연율 기준 19.7% 급락한 싱가포르 등 다른 수출의존국에 비해 한국 경제가 고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핵심 산업의 회복은 여전히 멀다는 의견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6분기 연속 손실을 냈고 기아차나 삼성전자는 실적이 개선되긴 했으나 환율 급등에 따른 '어부지리'로 해석된다는 지적이다. 하나은행의 1분기 순손실이 예상치의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은행권의 유동성 우려가 지급 능력에 대한 공포로 바뀌고 있다는 의견도 밝혔다.

한국 경제가 안정성을 확보하긴 했지만 스태그네이션은 별개 문제라는 따끔한 조언도 했다.

 ◇신중론 우세 속 V자형 반등론도=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에 일부 긍정적인 조짐이 있지만 조기 회복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수준에서 대체로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의 경기하강 추세가 내년 6월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 경제는 올 2분기말 저점에 도달한 후 하반기부터 'U자'형의 더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견해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소비와 투자가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고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라며 "비관할 필요는 없지만 조기 회복론도 아직은 경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기 회복론에 따라 정책기조의 변경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수 의견이지만 V자형 반등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동수 동양종금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체감경기의 최악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 최저점은 올해 1분기에 경험했다"며 "고용회복을 포함한 실질적인 경기 회복이 올해 4분기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을 보면 전세계에서 가장 강한 회복 가능성이 엿보인다"며 "IMF의 올해 전망치 -4%와 L자형 장기 침체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시장의 공감대는 U자형 경기 회복이지만 오히려 V자형에 가까운 회복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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