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석유화학, 전문기관 예측은 틀렸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09.04.27 10:25

[마켓 인사이트]"추세반전 과도기에는 전망치 틀리는 경우 많아"

지난 4월 23일 IMF의 2009년~2010년 수정 세계경제전망 수치가 발표되었다. 2008년10월 최초 전망치 발표 이후 3번째 수정발표됐다. 전세계 성장률로 2009년 -1.3%(1월 전망 +0.5%), 2010년 +1.9%(1월 전망 +3.0%)를, 한국의 성장률은 2009년 -4.0%(1월 전망치 동일), 2010년 +1.5%(1월 전망 +4.2%)를 제시하였다.

전반적으로 이번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지난 1월의 기존 전망 보다 △ 2009년 경기 하강 폭이 더 커지고 있고, △ 2010년 이후 경기 반등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의 글로벌 증시 반등의 배경이 되고 있는 주요국 경기지표의 턴어라운드 조짐과는 상반되는 전망치 수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유력 예측기관의 전망치 제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전망기관의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 눈으로 확인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여 재해석을 해야 할까 ?

과거 경험상 IMF, 세계은행, 한국은행, KDI 등 유력 전망기관들의 전망치는 추세적인 경기흐름이 같은 방향으로 진행될 때에는 어느 정도 실제 값과 근사 값을 가지는 경우가 많으나 추세의 반전이 이루어지는 과도기적 경제 시점에는 오차가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의 경제국면을 추세적 악화국면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바닥확인 후 반전이 이루어지는 시점으로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후자의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의한 경기지표의 회복도 경제현상 중의 하나이며 이러한 회복이 선순환 고리로 연결될 때 경기의 조기회복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리부터 먼 훗날에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경기지표응 예단하기 보다는 현재 시점의 사실에 기반한 예측 가능한 미래까지의 현실인식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문예측기관의 전망치와 실제치와의 차이는 주요 업종의 경기전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반도체업종의 D램 수급전망을 살펴보자. 대표적인 예측기관으로는 IDC, 가트너, 아이서플라이 등이 있다. 이들 기관 역시 예측치와 실제치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D램 수요의 85%는 PC 등 컴퓨터 관련제품에서 비롯되고, 따라서 PC의 판매가 안정적이거나 예상치 범위에 있을 때는 D램 수요를 비교적 근사치에 접근하게 전망할 수 있다. D램 공급은 제조업체들의 웨이퍼 투입량, 수율과 공정기술 등으로부터 예측이 가능하다.

이때 회로선폭(Design Rule)을 줄이는 기술전환(Tech Migration)과 수율은 회사별 R&D 능력에 따라 예상을 벗어나기도 한다. 또한 웨이퍼 투입량도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 수주 동향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안정된 추세를 보이지 않으면 D램 수급상황 전망이 제대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2009년은 공급 전망도 어렵지만 수요, 즉 PC 판매에 대한 전망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예측기관들은 여전히 2009년 PC경기회복을 최악의 상황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업체들의 시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인텔의 경우는 PC경기의 바닥확인과 회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삼성전자 역시 V자형 반등은 아니지만 점진적인 회복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사례는 석유화학에서 찾을 수 있다. 석유화학 경기 예측의 대표적 전문기관으로는 CMAI를 들 수 있다. 올해에도 지난 4월초 2009년 이후 세계 석유화학 경기 전망을 발표하였다. 동 기관의 전망에 의하면 석유화학 경기는 2009년 급격한 성장 둔화에 이어 2010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거쳐 2011년에나 되야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09년 1분기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어닝스 서프라이즈 기대감과는 동떨어진 전망이다.

그 이유는 글로벌 석유화학 수급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선진국중심으로 수급을 분석하고 이머징 시장의 성장 탄성치를 과소 평가했으며, 중동의 신규 증설물량을 과대평가하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CMAI는 세계적 권위에도 불구하고 최근 4년 연속 경기 전망치가 실제와 현저한 오차가 발생하였다. 석유화학경기의 급냉을 지난 2003년 이후 줄기차게 제시하였지만 번번히 틀린 것이다.

2009년 역시 당사의 경우 CMAI의 전망과 달리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중동발 공급물량 출회에 의한 수급악화 영향은 제한적이며, 자연증가분을 포함한 수요의 견실한 증가와 공급측면에서의 노후시설의 폐쇄를 의미하는 스크랩 등을 감안 시 오히려 공급부족 상황도 경우에 따라 나타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석유화학 경기에 대해 낙관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증시 속설에 "모두가 예라고 하면 아니요가 정답이고, 모두가 예라고 하면 아니요"가 정답이라는 말이 있다. 또한 경제계에서도 “경제전망은 틀리라고 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모든 전망기관들이 예측시점에 입수 가능한 모든 정보를 기반으로 최선을 다하지만 경제와 증시는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예측의 전제조건이 되는 상황은 끊임없이 변하고 그러기 때문에 전망은 빗나가기도 한다.

따라서 전망기관의 자료를 참고하되 실제 판단은 투자시점의 새로운 경제상황 정보를 추가하여 스스로 수정 전망하여 투자판단에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많은 전문기관의 예측과 달리 IT경기와 석유화학 경기는 2009년 시장 기대치 이상의 회복 국면에 조기에 진입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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