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은 프로세계..폭주족과 다릅니다"

화성(경기)=김보형 기자 | 2009.04.27 09:46

2009 KDRC 드래그 챔피언십 출전한 정경훈 씨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경주차들
아마추어 대회 우승자라고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 그의 눈빛은 전설적인 'F1 황제' 미하엘 슈마허를 떠올리게 할 만큼 강인하다.

26일 열린 '2009 KDRC 드래그 챔피언십' 대회의 TURBO 무제한 급에 출전한 정경훈(32·BEAT R&D 소속) 선수는 750마력의 머신을 운전하는 선수답게 눈빛이 살아있었다.

그는 선수답게 만나자마자 최근 있었던 불법 드래그 레이싱 사건 이야기부터 꺼내 놓는다.

"사실 공도(일반도로)에서 드래그 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처벌 받아야 하지만 그들이 왜 불법적으로 레이싱을 했을지도 한 번 쯤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한국에선 전업선수가 아니면 레이싱을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 '2009 KDRC 드래그 챔피언십' 대회에 TURBO 무제한 급에 출전한 정경훈(32·BEAT R&D 소속)선수

정 선수는 24살이던 2000년부터 레이싱을 시작해 업계에서는 최고로 손꼽히는 말 그대로 '선수'다. 그러나 2003년 전주 대회에서 불의의 사고로 3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다친 사고를 목격한 뒤 스피드에 대한 회의가 들어 5년 동안 운전대를 잡지 않다가 지난해서야 복귀했다.

"제가 낸 사고는 아니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납니다. 지금은 과거보다 넓은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규정보다 많은 운영요원들을 확보한 만큼 안전하다고 자부 합니다."

짓궂지만 직선주로를 달리는 드래그 레이싱이 상대선수와의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이는 서킷 경기보다 쉬운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져봤다.


그는 "일반인들은 400m의 직선거리를 달리는 단순한 경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매 순간 기어변속을 해야 하는 등 서킷경기보다 운전자의 테크닉이 더 많이 필요하다"면서 드래그 레이스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했다.

정 선수는 자동차 레이싱과 관련이 많은 자동차 전문 튜닝 샵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면서 2살 배기 딸의 아빠이기도 하다. 아무리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200Km가 넘나드는 스피드를 자랑하는 레이싱에 대한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을까?

"처음엔 반대가 많았지만 이제는 내 인생의 한 부분으로 존중해 준다"면서 "다만 최근 경기침체로 사업이 썩 잘되는 편이 아니라 미안하긴 하다"며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아직 레이싱하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달리는 폭주족과 비슷한 사람들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선수들은 도로에서 운전할 때 추월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레이싱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보였다.

다시 경주차에 앉은 그의 눈빛이 매섭다. 잠시 후 굉음을 내며 차는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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