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우린 전자어음 안받는데…"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9.04.26 16:53

[명동풍향계]전자어음 거래 의무화로 中企·명동 당혹

외부감사 대상 기업들이 약속어음을 발행할 때는 종이어음 대신 전자어음을 사용하도록 관련 법안이 개정되자 명동 자금시장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명동에선 전자어음이 거래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정안으로 인해 명동 어음거래가 대폭 줄어들고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전자어음 없는데"=최근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전자어음 사용 의무화를 골자로 한 '전자어음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에 따라 빠르면 11월부터 자산 100억원 이상 기업이나 상장사 등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들은 약속어음을 반드시 전자어음 형태로 발행해야 한다.

개정안에 대해 명동은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전자어음은 명동에서 유통되지 않아 중소기업들이 긴급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은행이나 저축은행에서 어음 할인을 거절하는 경우 어음을 돌릴 곳이 마땅치 않게 된다.

명동시장 관계자는 "은행에선 어음발행자는 물론 할인받으려는 기업의 신용도 엄격히 점검한다"며 "그간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이나 건설사들이 주로 명동에서 어음을 할인받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전자어음 발행만 허용될 경우 자금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악화로 기업의 유동성이 메마른 상황에서 종이어음 발행을 차단할 경우 기업의 자금줄을 더욱 옥죄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자어음관리기관인 금융결제원은 2005년 9월부터 은행 인터넷뱅킹을 통해 전자어음의 발행, 배서, 지급결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간 거래에선 대부분 종이어음이 사용된다.

◇"시차 두고 유통 줄여야"=중소기업들은 이번 정책이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방식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입장이다.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들만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항변도 나온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는지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것같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명동 관계자는 "종이어음 유통을 서서히 줄이면서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줄 보안책을 내놓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부도가 속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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