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좌충우돌'…첨예한 대립각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김지민 기자 | 2009.04.23 19:14

23일 재정위에서 논란 가열..한나라당 지도부 당황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놓고 복잡한 갈등국면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과 기획재정부·금융감독원이 맞서고 있고, 심지어 한나라당 내에서도 의원간 첨예한 대립양상을 빚고 있다.

급기야 한나라당 지도부는 "땜질식 개정은 안된다"며 서둘러 수습에 나섰고, 정부는 느닷없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체계적인 논의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은법 개정안은 '뜨거운 감자'였다. 전날 경제재정소위에서 직접조사권 부여를 골자로 한 개정안이 통과되며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 했지만, 치열한 격론이 벌어지며 오는 27일 전체회의로 처리를 늦췄다.

◇소위의 반란? 당황한 지도부= 이날 이성태 한은 총재는 작심한 듯 '폭로전'으로 맞섰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이 "한은법을 개정하기 전에 법에 나와 있는 각종 권한부터 제대로 활용하라"고 하자 "한은과 금융감독원이 공동검사를 나갔을 때 금감원 측이 '한은에 정보를 주지 말라'고 해 거부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소 느긋했던 정부는 직접조사권 강화 등을 담은 개정안이 전체회의로 올라오자 당황한 모습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답변에서 "한은법 개정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장관은 "금융감독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면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장기간 심사숙고 끝에 결론을 내려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정부와 여당이 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으로 분산돼 있는 금융정책 및 감독조직을 재검토하는 TF를 구성하기로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전날 경제재정소위에서 '파격적인' 개정안이 통과된 데 대해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한은법 개정과 관련해 당론을 정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게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반성이 나온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땜질식으로 한은법을 개정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재정위 경제정책소위가 '반란'을 일으켰고, 여야는 물론 각 정부 부처가 뒷통수를 맞은 셈"이라며 "이런 사태가 오기 전에 지도부 차원에서 사전대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왜 대립하나= 무엇보다 한은법 개정의 필요성은 놓고 이견이 맞서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이해 각국 중앙은행이 위기진화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한은 역할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비해 반대론은 "한은법 개정은 금융시스템 전반을 손질해야 하는데, 굳이 현 시점에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은법 개정은 결국 금융위·금감원과 한은 간 '밥그릇 싸움'의 양상으로 변질되는 모습이다. 애초 개정에 원칙적으로 찬성했던 재정부는 금융위 지원으로 선회하며 한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이견이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에서 이에 대한 사전조율 작업을 거치지 않은 채 막판에 심각한 대립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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