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한은에 정보주지 말라고 했다"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김지민 기자 | 2009.04.23 17:51

(상보) 이성태 한은 총재와 이종구 의원 날선 공방

-23일 재정위 전체회의에서 한은법 개정안 놓고 공방 펼쳐
-재정위 경제재정소위 통과했지만, 재정위 소속 의원의 반발 거세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한은과 금융감독원이 공동검사를 나갔을 때 금감원 측이 '한은에 정보를 주지 말라'고 해 거부당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과 이 총재는 한은에 대한 직접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은법 개정을 놓고 거친 공방을 벌였다.

이 의원은 "현재 금융기관 검사 및 공동검사 요구권이 다 돼 있다"며 "한은법을 개정하기 전에 법에 나와 있는 각종 권한부터 제대로 활용하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못한 게 뭐가 있냐"고 각을 세웠고, 이 의원은 "요즘 같은 정보기술(IT) 시대에 무슨 정보가 그렇게 부족한지 구체적으로 말해보라"고 다그쳤다.

이에 이 총재는 "공개된 자리에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뜸을 들인 뒤 금감원이 한은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가로막은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또 "당시 금감원 측은 '다소 절차상 하자가 있을 뿐 건전한 은행인데 왜 검사하냐'는 논리였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의원은 이어 "주지 말란다고 못 받아 오느냐"고 되물었고 이 총재는 "제재권을 갖고 있지 않아 생기는 문제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이에 대해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후 한은과 정부에서 시장에 투입한 자금은 131조원, 달러공급분까지 합치면 700조원에 이른다"며 "2003년 카드사태 등을 볼 때 한번 금융사태가 터지면 거의 10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데, (중복조사에 따른) 금융기관의 어려움과 위기발생시 비용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금감원은 '극히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금융위기를 전제로 한은에 조사권을 준다면 금감원 업무와 중복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이는 적절치 못해 재정위 경제재정소위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답변에서 "한은법 개정은 시기상조"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장관은 ""전대미문의 세계적인 어려움을 맞이해 지금은 조직이나 이런 문제에 손을 댈 때는 아니라고 본다"며 "금융감독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면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장기간 심사숙고 끝에 결론을 내려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운용의 묘를 꾀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며 "재정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 지난 몇 달 간 정부와 중앙은행 간 긴밀한 접촉을 통해 상황 변화에 잘 대응해 왔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또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이 "한은법을 6월 국회에서 결론지을 수 있도록 두 달 안에 논의를 끝낼 수 있겠느냐"고 묻자 "정부 조직 개편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두 달은 너무 짧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조사권이 됐든 정보수집권이 됐든 수요자인 은행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부담스러운 것"이라며 "금융위와 금감원 책임자가 나와 (한은에 정보조사권을 주면) 왜 안되는지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평소 "한은이 조사권을 갖고 있지 못해 현장(금융시장)과 동떨어졌다. 이 상태로는 고유 임무인 물가안정 기능마저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며 한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재정위는 이날 한은법 개정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오는 27일 전체회의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경제재정소위에서 올린 개정안에 대해 재정위 소속 의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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