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브라스發 훈풍? 조선업계 회의적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09.04.23 08:16

브라질 현지 제작이 조건...업계는 기술유출 지적

페트로브라스가 대규모 드릴십 발주 조건으로 브라질 현지 선박 건조 등을 명확히 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입찰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열악한 현지 조선소 인프라로 선박 건조가 어렵고 기술유출 우려도 높기 때문이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페트로브라스 사업설명회에서 페트로브라스는 개별 업체들과 상담을 통해 발주 조건으로 브라질 현지 선박 건조를 내걸었다.

상담 현장에 있던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페트로브라스가 자국 내에 조선소에 투자하거나 현지 조선소 건설 등을 통해 브라질에서 선박을 건조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며 "이는 곧 건조 기술을 전수 받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브라질 국영 석유업체인 페트로브라스의 이런 의도는 브라질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자원대국으로서 해운업 육성과 함께 해상운송에 필요한 선박 제작까지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페트로브라스의 조건대로 현지에서 국내 조선사가 선박을 건조하면 한국 조선의 앞선 운영 노하우와 고부가 선박 건조 기술이 그대로 노출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드릴십 몇 척을 수주한 것 이상의 유무형 손실이 발생한다는 게 조선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페트로브라스는 2013년까지 57척의 드릴십 및 관련 선박을 발주할 계획이다. 현지 생산에 의해 기술이 빠져나가면 이 물량 중 상당수를 수주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또 먼 미래에 세계 곳곳에서 브라질과 입찰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브라질 아틀란티코 조선소 지분 10%를 2200만 달러에 인수해 페트로브라스 발주에 가장 유리한 삼성중공업조차 페트로브라스의 방침에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지 조선소 인프라에선 드릴십 건조가 어려운데다 기술유출 우려도 있어 페트로브라스가 현지 건조를 고집하고 있어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측은 "페트로브라스에서 발주 조건으로 현지 제작을 언급한건 브라질에 조선소를 건설해달라는 뜻으로 해석 된다"며 "이는 수용하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라고 밝혔다. 그는 또 "완전히 공개된 야드에서 고부가선박인 드릴십을 건조하는 건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도 비슷한 입장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배 몇 척을 수주하자고 엄청난 비용을 들여 개발한 드릴십 기술을 그대로 내줄 순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국익 차원에서 현지 드릴십 건조 조건의 입찰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암묵적 합의가 있다 해도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선박 발주가 끊겨 유동성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빅3는 최근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각각 3000억~7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거나 진행 중이다. 연말까지 수주가 없으면 현금이 바닥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페트로브라스가 조선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적극 활용해 이번 프로젝트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며 "조선업계가 장기적 안목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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