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 순익증가 아직 못믿겠다"

조병문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2009.04.22 08:33

[마켓 인사이트]"건전성 악화를 덮어둔 주가상승 확신하기 어려워"

미국 상업은행들이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은행주가 시장수익률을 상회한 바 있다. 그런데 외신을 보면 양호한 이유에 대해 대부분 간단히 처리되고 있다. 따라서 실적이 양호한 이유를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 이런 결과가 2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 지 살펴보자.

먼저 상업은행들 실적이 개선된 가장 큰 이유는 시가평가제 완화이다. 시가평가제와 관련된 히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2007년 11월부터 개정된 회계규정으로 인해 금융기업들은 금융자산의 시장가치를 손익에 반영하게 되었다. 참고로 금융자산은 모기지자산, MBS, 기타 유가증권 등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2008년에 분기별 유가증권 처분 및 평가이익이 적자를 지속하면서 전체 순이익 또한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런데 2009년 3월에 회계기준이 변경되어, ‘시장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시가평가를 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2009년 1분기말부터 이 기준을 적용함에 따라 미국 3대 상업은행들은 예상을 초과하는 순이익을 달성했다. 물론 이번 기준 변경은 은행들의 손실폭이 시장 변동에 따라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가평가제 완화로 인한 자산가치 상승, 흑자전환을 은행의 펀더멘털 개선과 결부시킬 수는 없다. 따라서 순이익 증가의 착시효과는 일회성으로 판단해야 하며, 은행의 과도한 손실을 방지하는 안전장치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 상업은행인 시티그룹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2009년 1분기 순이익은 16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07년 4분기부터 5분기 지속되어온 적자가 흑자로 전환되었다. 흑자 전환한 주된 이유는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5분기 동안 지속되어온 유가증권 처분 및 평가손실이 시가평가제 완화로 2009년 1분기에 38억달러 흑자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자산건전성은 계속 악화되어 1분기에 부실여신은 261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17% 증가했다. 악화된 이유는 소비자, 기업, 신용카드여신의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반면 부실여신이 증가하는 속도만큼 대손충당금을 적립하지 못 해 커버리지 비율은(대손충당금/무수익여신) 121%로 11%p 하락했다. 따라서 1분기에는 '부실'에 대한 적절한 비용 반영이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한다. 아울러 건전성 악화를 커버하기 위해선 향후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이 불가피하며, 이에 따라 2009년 2분기에 적자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건전성 악화를 덮어둔 채 진행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은행주 상승을 추세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이다. 다만 상업은행들의 자산건전성 악화에 따른 자본확충 규모가 2009년 5월 4일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로 밝혀질 예정이다. 스트레스 테스트의 원래 목적대로 상업은행들에 대한 정밀진단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불확실성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

즉 투명한 잠재손실 공개 → 충분한 자기자본 확충 → 은행시스템 정상작동 시작 → 신용경색 완화 →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 회복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은행시스템, 더 나아가 금융시스템 정상 작동과 실물경제 회복 간에는 시차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과거 금융위기 상황에서 은행주는 실물경제 회복에 앞서 금융시스템 정상작동 시점에서 먼저 상승추세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즉 최근 1개월 넘게 투명성에 대한 침묵을 담보로 은행주와 주식시장이 불안하게 상승했다면, 향후 상승 추세로 확고한 전환 여부는 이번 5월 4일 발표 예정인 스트레스 테스트가 주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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