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브라스, 韓-브라질간 조선-유전 패키지딜 '묵살'

김창익 기자, 김지산 기자 | 2009.04.23 08:15
"배를 팔고 싶으면 브라질로 와서 지어라"

브라질 국영석유사 페트로브라스가 지난 20일 그랜드하야트 호텔에서 심해유전개발과 관련된 시추선 등 조선 발주 설명회를 가졌다.

페트로브라스는 이 설명회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해말 정상회담에서 브라질 정부와 이 회사측에 제안한 '조선-유전 패키지딜'에 대해 "고려한 바 없다"고 딱 잘라 거절 의사를 밝혔다.

페트로브라스의 발주물량은 심해시추선과 해상원유저장설비(FPSO) 등 2013년까지 총 57척이다.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국내 조선사 입장에선 '가뭄의 단비'격이다.

페트로브라스는 그러나 우리 정부가 제안한 한국-브라질간 '조선-유전' 맞교환 방식의 패키지딜을 사실상 묵살하고, 한국 조선업체들을 대상으로 "브라질에 와서 배를 짓는 것"을 전제로 내걸며 직접 경쟁 입찰을 붙이겠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가 추진했던 '조선-유전 패키지딜'이란 브라질 국영석유사 페트로브라스가 추진하는 심해유전개발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고, 그 대가로 현금이 아닌 심해 시추선 등 현물을 제공하겠다는 방안이었다.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조선산업의 기술력을 활용해 자원도 확보하고, 발주 기근에 시달리는 조선업계의 숨통을 틔워주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특히 원화 유동성을 자원개발 사업에 활용하자는 복안도 담겨 있었다. 예컨데 SK에너지가 STX에 시추선을 원화 결재로 발주한 뒤, 페트로브라스에 시추선을 제공하는 대가로 유전을 얻는 모델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원화 여유 자금을 활용해 금융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이명박 대통령이 브라질 방문 때 룰라 대통령에게 처음 제안한 것으로 성사될 경우 패키지딜식 자원 개발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페트로브라스의 알미르 길레르미 바르바사 CFO는 지난 20일 설명회에서 머니투데이 기자와 만나 "유전개발 사업을 조선 발주와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 발주와 관련해서는 브라질에 거점을 둔 해외 업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기본원칙을 모두에게 적용시킬 것"이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의 제의를 거절한 셈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도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의 방문 후 여러 채널을 통해 페트로브라측에 조선과 유전개발을 연계해 추진하자는 제안을 해왔다"며 "매번 탐탁치 않은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이번에 방한 중인 바르바사 CFO 등 페트로브라스 경영진과 우리 정부측 인사와의 접촉은 전혀 없었다. 조선 발주는 유전 개발건과 상관없이 자사의 로드맵대로 별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설명회는 지난해 수출보험공사와 페트로브라스간의 양해각서 체결에 따른 약속이행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패키지딜 제안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제안이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에서 이뤄졌고, 그 이후 여러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의 의사가 전달된 상황임을 감안할 때 페트로브라스의 이번 행보는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이 대통령의 브라질 방문 후 우리 정부는 여러차례 페트로브라스의 문을 두드렸다. 올해 초엔 브라질 대사관을 통해 패키지딜에 대한 실무차원의 첫 접촉을 했고, 이후 3월엔 김영학 지식경제부 제2차관이 페트로브라스 부사장을 만나 재차 제안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안이 페트로브라스 입장에선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페트로브라스는 한해 매출이 920억달러에 달하는 초우량기업으로 자본력이 풍부한데다 특히 심해시추 분야에선 세계 최고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그 분야에 기술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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