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200좌" 만능청약통장에 우는 은행원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09.04.21 15:04
"카드, 보험, 펀드 말고도 이제 새로 나온 청약저축까지 실적으로 할당됐는데 이쯤 되면 은행원들은 확실히 영업사원이네요."(한 시중은행 직원)

다음 달 6일부터 5개(기업, 농협, 신한, 우리, 하나) 시중은행에서 가입하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놓고 이들 은행들이 전사적으로 판매에 나선 가운데 해당 은행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청약종합저축은 공공주택 청약이 가능한 청약저축 기능에 민영주택을 청약할 수 있는 청약 예·부금 기능을 추가한 말 그대로 '만능청약저축'이다. 이 통장의 가장 큰 장점은 민영주택의 경우 청약시점에 희망 주택 규모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기존 청약 예·부금 통장은 가입할 때부터 주택규모를 선택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해당 은행 및 지점별로 차이는 있지만 개인별로 수백 좌씩 할당돼 일정 기간 안에 이를 판매해야 한다. 이들 은행 직원들은 현재 창구에 찾아온 고객을 상대로 사전예약을 통해 이 상품을 팔고 있다. 사전예약을 하려면 은행창구에서 거래신청서를 작성하고 최소 가입금액(2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현재 이 상품의 판매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은 신한, 우리, 하나 등 개인 고객이 많은 은행들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각 지점 창구 직원별로 할당량을 정해놓고 창구 고객들에게 팔고 있다. 신한은행 A지점 관계자는 "우리 지점의 경우 1인당 100좌씩 할당됐다"며 "지점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창구 직원들에게 100좌 이상씩 할당돼 창구에 오는 고객들을 상대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 영업점별로 목표 좌수를 하달, 지점별로 유치 경쟁이 뜨겁다. 하나은행 B지점은 직원별로 200좌씩 할당된 상태다. 이 지점 관계자는 "창구에 오는 고객만으로는 실적을 채울 수 없어 지인들에게 어쩔 수 없이 손 벌리고 있다"며 "이제 청약통장까지 실적으로 잡히는 상황이 돼 난감하다"고 말했다.

기업은행과 농협중앙회 역시 창구직원들에게 일정 좌수씩 할당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이들 은행에서 만능청약저축 판매에 전사적으로 나선 것은 신규 가입대상자가 300만명에 이르는 등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 은행에선 이들 통장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세일즈를 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청약통장은 직장생활 시작할 때 가입하는 상품으로 소개가 된다"며 "청약통장을 만든 후 계속 거래를 하게 되면 주거래 고객으로 만들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선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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