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동성 딜레마를 어찌할꼬"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9.04.21 14:57

유동성 과잉 우려에 입지 축소… "지금은 경기부양 타이밍"

'유동성 딜레마를 어찌할꼬'

최근 과잉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의 입지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사상 최대의 추경을 추진하는 등 유동성 공급 확대라는 정책 기조가 뿌리채 흔들릴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유동성 역습'에 대한 우려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기 시작한 지난해말부터 존재했다. 당시에도 "유동성은 충분한데 단지 순환이 되지 않을 뿐"이라는 진단과 함께 정부의 유동성 공급 확대 정책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왔었다.

그러나 정부는 위축될대로 위축된 실물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며 추경으로 대변되는 유동성 확대 정책을 밀어붙여왔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망라한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를 결의한 것도 정부에게는 큰 힘이 됐다.

기획재정부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금은 경제원론을 논할 때가 아닌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대책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반대 의견을 돌파했다.

하지만 4월들어 일부 경기지표가 호전되고 증시 반등과 강남권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시화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800조원에 달하는 시중 유동자금이 불쏘시개로 작용해 과열 투기 양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어서다.

국회에서도 과잉 유동성 대책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800조원은 분명 과잉 유동성"이라고 답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단기 유동성이)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정책을 이끄는 수뇌부에서 과잉 유동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시장에서는 정부의 경기부양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많아졌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과잉 유동성 우려에 대한 원론적인 언급일 뿐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모 금통위원도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때를 대비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지금 경기가 상승 기조로 바뀌었다든가 바닥을 찍었다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럼에도 주택담보대출의 뚜렷한 증가 없이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것은 갈 곳 없는 유동성이 투기화되고 있는 증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정부의 발걸음을 무겁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서는 과열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위기로 실질적인 고통을 겪는 서민생활 안정과 일자리 확대, 소비 증진을 위해서는 공급확대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잉 유동성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자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으나 경제정책에는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현재는 경기부양 기조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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