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MB'시대! 등산+자전거 열풍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09.04.21 07:21

불황 탓, 돈 적게 드는 생활레저 증가 '스포슈머' 주목

ⓒ제공=FnC코오롱
#등산을 즐기는 부산의 50대 자영업자 정 모씨는 요즘 일요일 등산을 위해 집을 나서는 시간을 1~2시간 당겼다. 등산로가 붐비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서다.

정씨가 등산을 취미로 삼은 것은 30여 년 됐지만 요즘처럼 등산객이 많은 적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이름 있는 산은 말할 것도 없고 인적이 뜸하던 작은 산에도 등산객이 늘었다"며 "등산을 하면 공기 좋은 산에서 자연스럽게 운동이 되고 돈도 적게 든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과장인 30대 가장 이 모씨는 지난해 9월 40만 원짜리 자전거를 구입한 뒤 틈날 때마다 집 근처 한강 시민공원 등지로 나간다. 자전거 1대만 사면 추가 비용이 거의 안 들고, 멀리 떠날 필요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등산 인구가 늘고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불황기 레저업계가 'MB시대'를 맞이했다. 산의 영어단어 '마운틴'(mountain)의 앞 글자 'M'과 자전거 '바이크'(bike)의 'B'를 딴 'MB'가 키워드로 떠오른 것이다.

20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리산, 설악산 등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국내 유명 등산지 16곳의 지난해 방문객은 3090만 여명으로 2006년 1994만 여명보다 55% 늘었다.

ⓒ제공=K2 '아이더'
같은 기간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를 선두로 한 아웃도어 시장도 급성장했다. 아웃도어 시장은 2006년 1조원을 넘었고 2007년 1조5000억원, 2008년 1조8000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아웃도어 전문 쇼핑몰 OK아웃도어에 따르면 올 2월 등산용품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늘었다.

등산과 비슷한 산책이나 조깅을 즐기는 사람도 증가했다. 스포츠의류 '리클라이브' 관계자는 "올 1/4분기 러닝화와 트레이닝복 매출이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며 "이는 특별한 장비나 레슨이 필요 없는 생활형 레저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전거 관련 매출도 쑥쑥 늘고 있다. G마켓의 지난달 자전거 매출은 지난달보다 49% 늘었다. 옥션에서 지난달 자전거 매출은 전년 대비 20%, 전월 대비 80% 신장했다. 이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출족'을 비롯해 자전거 인구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봄이라는 계절적 요인도 있겠으나, 불황에도 매출이 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주로 잘 팔리는 자전거는 10만~20만 원대의 보급형 제품이다. 하지만 국내 자전거시장은 수입산이 지배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현재 연간 240만대 가량인 자전거 시장에서 순수 국내생산품은 1%인 2만 여대에 그치고 있다. 이에 국가적으로 자전거 산업을 육성할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연설에서 자전거 예찬론을 펴고 자전거 보험, 지하철의 자전거 전용칸 도입 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지금 자전거를 거의 생산하지 않고 중국이나 네덜란드, 캐나다 등에서 해마다 200만 대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우리나라도 자전거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B시대'와 관련해 '스포슈머'(sports+consumer)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스포슈머는 스포츠를 즐기고 이와 관련한 지출이 많은 소비자를 뜻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생활스포츠 열기로 스포슈머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며 "스포츠·아웃도어·캐주얼 의류, 기능성 식품, 운동교습, 재활·치료 관련 의료산업 등 파생 시장의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자출족'의 등장이 패션업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FnC코오롱의 '헤드'는 사이클복처럼 땀을 잘 배출하는 기능을 가진 캐주얼 점퍼와 MP3플레이어를 팔에 걸기 쉽도록 하는 밴드 등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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