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체계만 살펴도 '답'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오수현 기자 | 2009.04.21 08:43

[신용카드 40년…오해와 진실]<3> 수수료 긁은 만큼 부과

단순 수치로 형평성 운운… 불신 방증
상한제 도입해도 혜택은 일부 그칠듯

한나라당과 정부가 중소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수수료상한제' 도입 방침을 정했다. 당정은 또 적정한 수수료를 책정하기 위해 '가맹점 수수료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가맹점에는 소액 카드결제 거부권도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과도하게 높은 수수료 부담을 지는 중소가맹점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카드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게 나오고 있다.

우선 카드회사와 가맹점 못지않게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소비자의 의견이 배제됐고 정책 대상이 소형가맹점에 집중돼 의외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맹점 매출비중이 10% 미만인 업체들을 위해 시장 전체에 메스를 대는 게 적정한가"라는 반문이 나오는 이유다.

◇수수료 상한제 왜 나왔나=당정이 추진 중인 수수료상한제는 '카드사들이 가맹점에 적용하는 수수료율의 최고 한도를 법령으로 정한다'는 게 골자다.

수수료 상한선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중소가맹점에 적용되고 현재 3% 이내가 유력시된다. 다만 중소가맹점 가운데 유흥·사치업소, 불법 카드깡업체 등은 수수료상한제에서 배제된다.

수수료상한제는 그러나 '옥상옥(屋上屋) 규제'의 다름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맹점 수수료체계는 카드사들이 수차례 낮춘 결과 △영세가맹점 2.0~2.2% △중소가맹점 2.5~3.0% △대형가맹점 1.5~1.8% 등으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특히 영세가맹점은 세액공제 혜택 등을 감안하면 수수료가 대형가맹점보다 낮다. 수수료상한제가 도입돼도 혜택을 입는 가맹점이 일부에 그칠 수 있는 셈이다.

당정은 그런데도 "재래시장이나 영세가맹점 수수료가 백화점과 같은 대형가맹점보다 높은 것은 불공평하며 이로 인해 영세상공인의 어려움이 크다"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해외 사례나 달라진 수수료체계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것은 카드사 수수료체계에 불신을 떨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는 일부 가맹점이 시장평균 이하의 수수료를 적용받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사실 대형가맹점은 대개 1.5~1.8%의 수수료율이 적용되지만 일부는 1% 초반에 그친다.

◇"수수료율 최저 1%도"=A카드사는 모 할인점과 가맹점 수수료율을 1%로 정했고 B카드사 역시 대형 유통점에 비슷한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업계 최저 수준의 가맹점 수수료를 내는 곳은 주로 대형마트나 할인점, 백화점, 쇼핑센터 등이다. 중소가맹점에는 수수료율을 3%로 책정하면서도 대형매장에는 1%만 받으니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카드사들은 "일부 업체에 한정된 것이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수수료가 낮은 대신 다양한 공동마케팅으로 실제 지출하는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카드 고객이 받는 각종 포인트 적립 및 무이자할부, 할인서비스 등의 비용을 카드사들과 분담한다. 또한 카드사와 독점 계약을 해 신규 카드회원 모집을 돕거나 다양한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C할인점과 D카드의 제휴가 대표적이다. C사는 모든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하고 있으나 할인, 무이자할부, 경품제공 등의 행사는 제휴사인 D카드와만 진행한다. D카드는 이 협약에 따라 신규회원 영입 및 매출확대 효과를 거두고 C사는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다른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는 D카드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이처럼 대형가맹점은 비용 대비 수익률이 높고 카드사 매출기여도 역시 커 수수료를 낮출 여지가 있다. 반면 손익분기점이 높은 중소가맹점과는 상호마케팅이 어렵다고 카드사들은 설명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대학생이 많이 찾는 음식점 등을 묶어 유사한 마케팅을 시도했으나 기대만큼 효과가 없어 결국 포기했다"며 "신규고객 유치나 매출확대보다 할인마케팅 비용이 지나치게 들어 상당한 적자가 났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부가가치통신망(VAN·밴)사업자들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대형가맹점의 수수료를 낮추는 요인이다. 가맹점 카드결제 1건마다 평균 100원을 지급하지만 대형가맹점은 85원가량, 중소가맹점은 150원 정도로 차이가 난다. 밴업체가 가맹점을 모집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인건비, 전산운영비, 관리비, 전표공급 및 수거 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밴업체에 지급하는 수수료 결정권은 카드사의 영역 밖이지만 카드가맹점 수수료를 산정할 때는 이를 포함해야 한다"며 "1만~3만원의 소액결제가 대부분인 중소가맹점에선 관리비와 인건비, 가맹점 결제인프라 유지 등의 비용이 커서 카드수수료도 높아보이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백화점 등 대형가맹점 이용고객들은 카드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그 결과 카드사들의 채권회수 비용도 적다는 것도 수수료를 차등화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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